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안리 아삭김치공장에서 60대 직원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정두은 기자

- 취약계층 포함 고령자 8명, 하루에 200㎏씩 김치 생산
- 엄선된 국산 재료 사용 등 웰빙형 고품질 추구에 복지부 경연 대회서 대상
- 올해 매출액 3억 달성과 직원 4명 증원 목표 매진

울산의 사회적기업인 아삭김치공장은 온양읍 대안리 주택가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2009년 11월께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106㎡ 규모의 이 김치공장은 중구 시니어클럽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 중구 시니어클럽 서정숙(여·49) 실장은 "아삭김치는 철저한 위생처리와 엄선된 순수 국산 재료만을 선별해 만든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참먹거리"라며 "이름처럼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고 자랑했다. 작업장에는 절임배추에 고춧가루 등 양념을 버무리고 포장하는 65세 이상 할머니들의 손길이 바빴다.

"나이 먹은 이들에게 이런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지. 나이 먹으면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집에서 혼자 우두커니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것보다 서로 얘기도 하고 돈 벌어서 손자들 과자도 사주고 놀러 다닐 때도 쓰고 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아삭김치공장은 집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울산시가 5000만 원씩 지원해 2008년 3월께 문을 열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최창민(49) 공장장을 제외하고는 65세 이상 고령자 8명이다. 이 중 일부는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하루 4시간과 8시간씩을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일하고 있다. 노인들이 하루 생산하는 김치는 200㎏에 이른다. 서 실장은 "김치공장에는 정년이 없다. 본인이 원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며 "대신 내 일처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 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아삭김치

김치공장에서 3년째 김치를 담그고 있는 천견자(68) 할머니는 "내 나이에 일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며 "매일 오랜 시간 일하면 너무 힘들 수도 있지만, 순번제로 시간을 쪼개 일하다 보니까 시간도 잘가고 일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천 할머니는 김치공장에서 받은 월급으로 가벼운 치매 증상을 보이는 할아버지 약값에 보태고 있다.

서 실장은 "아삭김치는 먹었던 소비자들이 또다시 찾을 만큼 맛이 최고"라고 자랑했다. 그래서일까. 아삭김치는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웰빙형 고품질 김치로 알려지면서 문을 연 그해 11월께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한국시니어클럽 노인 일자리 생산품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치 납품을 의뢰하는 기관이 늘어났고 매출도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간 매출액은 설립 첫 해인 2008년 8973만 원이었으나 2009년 1억9371만 원, 그리고 지난해 2억1713만 원 등으로 늘어났다. 매출과 수익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삭김치공장은 올해 매출 3억 원 달성과 현재 8명인 직원을 12명 수준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하루 1t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춘 이 김치공장은 현재 관공서와 사회복지시설 등 80여 곳에 한 달 5t 분량을 납품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거래처는 가정집과 식당. 전체 물량의 50%를 소비하고 있다. 최고의 재료로 어머니의 손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복지기관 등의 거래처도 크게 늘었고, 일반 소비자들의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연말에는 울산항만공사 등 기관단체와 SK 등 대기업들이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에 아삭김치를 구입해 독거노인과 한부모가족 등 저소득층 세대에게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농익은 솜씨를 바탕으로 맛있고 좋은 품질을 자랑하고 있지만 납품 판로를 확보하기는 여간 어렵지가 않다. 공장을 확장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체와 대형 마트, 백화점 등 대형 점포를 뚫고 납품을 해야 하지만 영세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시설 공정을 기계화한 대형 김치공장과는 경쟁이 안된다. 여기다 노인들만 있다보니 공장장 혼자 학교와 기업체 등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김치 홍보와 판로 확보를 위해 발품을 팔고 있어 힘에 부친다.

하지만 최 공장장은 "아삭김치는 깊은 맛이 베여있는 우수한 품질의 일등김치라는 자부심으로 김치사업 판로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당당하게 품질로 평가를 받고 싶다는 말이다.


# 손경숙 관장

- "더 많은 일자리 위한 납품처 절실"

"사회적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게 목적입니다."

아삭김치공장의 운영을 맡고 있는 울산 중구 시니어클럽 손경숙(여·58·사진) 관장은 김치를 판매한 수익금을 늘려 노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사장이기도 한 그가 사회적 기업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시민·종교단체연합회 집행위원으로 있던 1998년이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노숙자와 실직자가 급증하자 울산지역 46개 단체가 결성한 시민·종교단체연합회는 무료급식과 자활일터, 노숙인 쉼터, 노인일터센터, 푸드뱅크, 무료 집수리, 빈곤 상담전화 등을 운영하면서 소외계층의 새 삶을 돕는 데 앞장섰다. 손 관장은 이 사랑의 행진이 노인 일자리 제공을 위한 아삭김치공장 발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3월 설립한 아삭김치공장은 이젠 김치 맛의 안정화로 납품처와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 준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울산 외에도 서울과 부산, 제주 등 전국의 가정집과 식당 등에서 아삭김치를 구입하기 위한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설립 초기에는 노인이 일하는 영세한 사업장이라는 인식 때문에 김치를 납품하는 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손 관장은 "바라는 게 있다면 더 많은 노인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납품처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체 직원식당과 공공기관 구내식당 등에 납품할 수 있다면 노인 일자리 확대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최창민 공장장

- "소규모 업체지만 품질에는 자신"

아삭김치공장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창민(49·사진) 공장장은 사회복지사 출신이다. 2004년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다 실패한 뒤 김치공장에는 지난해 1월 공모를 통해 입사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는 사회적 기업인 김치공장이 소외 계층인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됐다는 점에 이끌렸다. 돈도 돈이지만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공장 관리를 하는 공장장이지만 영업사원으로서의 업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틈만 나면 거래처 판로개척을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이란 사회적 기업 특성상 자신이 거래처를 뚫기 위해 백방으로 뛰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체와 학교 문을 두드려 봐도 그리 신통치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소규모 영세업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과 품질에 대한 평가없이 목전에서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다.

"사회적 기업은 시장 경쟁력에 있어 설립 당시부터 구조적으로 취약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어요. 때문에 동종업체의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에 무력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삭김치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아삭김치는 경쟁사에서 대형 마트 등에 납품하고 있는 김치와 비교하더라도 맛의 품질과 위생 측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엄선된 국내산 재료로 오랫동안 김치 담그기에 숙달된 노인들이 만들기 때문에 어머니의 맛깔스런 손맛을 더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