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 의료기술 필요 환자에 입·출국 및 병원안내 서비스, 작년 237명 환자 유치 성과
- 주름살 성형·보양식 등 구성, 日 여성 대상 의료관광 계획

지난 9일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해외환자 유치전문 에이전시 '코비즈'의 도움으로 러시아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지난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 부산대학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만난 다닐로바(여· 52·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씨의 표정에는 희망의 기운이 서려있었다. 그녀는 대장암이 의심돼 검진을 받기 위해 이달 초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8월 배변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현지 병원을 찾았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퇴원했지만 배의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갔다.

그녀는 우연히 주위 사람으로부터 한국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고 난 뒤 말끔히 병이 나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주)코비즈에 전화를 걸었고, 입국수속과 병원 안내 등 모든 절차에 대해 러시아어를 쓰는 직원에게 친절히 안내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현재 양산 부산대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앞두고 있다.

이날 오후 부산 사하구 하단동 동아대 산학연구관에 위치한 러시아 의료관광 컨설팅 전문 사회적기업 (주)코비즈를 찾았다. 코비즈는 러시아 환자 유치 및 마케팅에 관한 사업, 외국인 환자 입·출국 및 병원안내 서비스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2월 동아대병원 등 부산지역 유명 종합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러시아 고객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9년 12월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8월 부산시로부터 부산형 예비적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14명의 직원이 나서 러시아 지역의 암, 심장병, 치과 환자를 부산지역 전문병원에 연계하고 있다. 이 중 전문통역은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지역에서 온 6명의 결혼이주여성 직원이 맡고 있다. 러시아 출신 직원 제냐(여·35) 씨는 "러시아어를 통해 한국에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라며 "병원 통역은 물론 경찰서와 기업 등에도 파견돼 회사의 또 다른 수익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찾은 해외환자 5921명 중 러시아인이 1709명(29%)로 가장 많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 등에는 의료기관이 적고 의료수준이 낮아서 만족할 만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까운 한국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매년 늘고 있다.

한국은 의료 기술이 뛰어날 뿐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부산까지 직항 비행기로 2시간 20분이면 올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코비즈는 지난해 237명의 러시아 환자를 유치했고 2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보건복지부로부터 부산에서 유일하게 외국인환자 유치 선도업체로 선정됐다. 전국 193곳 중 5개 기업만 선정된 만큼 동종업계에서 높은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코비즈가 의료관광 컨설팅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해외 마케팅을 펼친 덕택에 가능했다. 지난해 5월 러시아에 상주하며 홍보활동을 펼치는 매니저를 파견한 데 이어 실무진이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을 방문해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해외 의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시술 봉사활동을 펼친 것이 러시아 TV에 방송된 뒤 부터 코비즈를 통해 부산 지역 병원을 찾는 러시아인이 더 늘어났다.

당시 소개 된 마가리타(여·러시아 사할린) 씨는 오랫동안 앓아왔던 구개구순열(언청이)을 코비즈의 도움으로 부산에서 말끔히 치료할 수 있었다. 이홍주 코비즈 대표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산의 고품질 의료서비스가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러시아 지역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기존 질병치료를 위해 부산을 방문하는 것 외에 패키지형 예방의학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첫번째 타깃은 일본 여성들이다. 이 대표는 "범어사 템플스테이와 주름살 성형, 산나물 등 보양식 섭취 후 사우나 등이 어우러진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라며 "최근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분명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홍주 대표

- "부산 의료기술, 해외에 널리 알릴 것"

"우리 회사 이름 코비즈(COBIZ)의 뜻은 협력 경영(Cooperative Business)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직원 모두가 협동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홍주(44·사진) 코비즈 대표는 홍보에서부터 환자 접촉, 의료전문 통역 등에 이르까지 14명 사원의 힘이 골고루 쓰이고 있는 만큼 회사의 주인이 직원 자신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의 일정량을 나눠주는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했다. 이 대표는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부터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이 제도를 실시하자 직원들의 사기가 더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1995년 2월 동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대우중공업 법인영업팀과 넥슨 경남 지사장 등을 거치면서 영업과 경영 전반에 대해 배웠다. 대우중공업 입사 1년째인 1997년에는 중장비 170여대를 팔아 연말 시상식에서 '판매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모스크바대학을 졸업한 아내 김순현(여·42) 씨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코비즈에 대한 사업 구상을 하게됐다. 이 씨의 영업기획력과 김 씨의 언어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사업은 순항했다. 이 씨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사회적기업으로 자리잡았지만 자만하지 않겠다. 부산지역의 의료기술을 해외에 알리고 많은 외국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재러 교포 직원 임미나 씨

- "죽음의 문턱에 선 환자 돕는데 보람"

재러 교포 3세인 임미나(여·35·부산 남구 대연동·사진) 씨는 6년 전 러시아 사할린에서 부산으로 왔다. 사할린대학에서 의상디자인학을 전공한 임 씨는 부산에 온 뒤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 러시아어 통역교사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9월 코비즈에 입사했다.

임 씨를 만난 9일은 그녀가 코비즈에 입사한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1년 간을 의료통역 전문가로 일해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임 씨는 "생소한 의료분야를 공부하다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라며 "한국어를 러시아어로 전하는 것은 별 무리가 없었지만, 의사가 말하는 전문 용어를 이해하고 러시아인들에게 설명해주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임 씨는 지난 2월 러시아에서 췌장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다가 부산을 찾은 환자를 불철주야 간호했다. 다행히도 죽음의 문턱에 섰던 이 환자는 양산 부산대병원 의료진과 임 씨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하고 러시아로 돌아갔다. 그녀는 "러시아의 의료 환경이 열악해 많은 이들이 중증 질환이 있어도 스스로 생명의 끊을 놓아버린다"라며 "한국에 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데도 의료서비스를 받으려고 한국행을 택하는 러시아인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임 씨는 "환자들로 부터 고향 소식을 간간히 들을 수 있어서 좋고 한국에서 러시아어를 마음껏 구사하면서 돈 버는 이 직업에 매우 만족한다"면서 "앞으로 한국 최고의 러시아 전문 통역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