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상초등학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재단 선생님으로부터 방과후 수업을 받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지난해 9월 첫 출발 후 현재 20개교·2100명 교육
- 부산 비롯 서울·대구도 운영, 수요자 맞춤형 수업 마련
- 수지 맞지 않아 애로 커…이달 사회적기업 선정 결정

지난 20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상초등학교. 학교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뛰쳐 나갔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돌아온다. 또다시 수업 시작. '행복한 학교' 재단의 방과후 학교가 수업 종을 울렸다. 인근에 학원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교육 환경이 열악한 이 곳에서는 방과후 학교 선생님들이 '즐거운 공부, 행복한 오후'를 책임지고 있다. 현재 이 학교에는 '행복한 학교'에서 파견된 2명의 선생님이 전교생 161명 중 75명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수준 높고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부산 행복한 학교' 재단은 부산지역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다. 부산시와 부산시 교육청이 각각 5억 원, SK가 13억 원을 출자해 공동설립한 예비 사회적기업인 행복한 학교는 지난해 9월 북구 만덕동 상학초등학교에서 첫 개학식을 갖고 수업을 시작했다. 5개 학교에서 출발한 방과후 학교는 1년새 20개 학교로 늘어났으며, 학생수도 580명에서 2100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더불어 선생님도 16명에서 52명으로 늘어나 향후 일자리 창출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행복한 학교는 현재 부산을 비롯해 서울, 대구에서도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다. 방과후 학교에는 교과수업부터 예체능수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다. 사교육 영역을 공교육의 울타리로 끌어들여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 경감과 창의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재단 설립의 취지다. 학생 성적의 개별적 관리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만족도 조사도 분기별로 시행해 수업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수강료도 주 5회(매일 1시간) 월 2만~3만 원밖에 하지 않아 다른 방과후 학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재단은 '부산형 방과후 학교'를 모토로 내걸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재단에서 수업 프로그램을 제작한 다음 수요자(학교)의 개설신청을 받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 측에서 원하는 수업 프로그램을 문의하면 맞춤형 수업을 마련해 제공한다. 사교육비가 부담돼 학원 등록을 주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적은 수강료로도 자신에게 필요한 양질의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분기마다 시행하는 만족도 조사에서 90%가량이 흡족해 하고 있다.

강사 채용 및 교육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채용 시 전공자를 우선으로 할뿐만 아니라 교사로서의 자질에 중점을 두고 면접을 진행한다. 더불어 학교에서 직접 학생들을 상대로 한 공개수업을 통해 실무능력까지 확인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후 현직교사 및 장학사 연수를 실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우수강사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업체의 절반가량 수강료에다 선생님 월급도 매달 100만 원정도씩 지급되다보니 수지가 맞지 않는 애로사항도 있다. 수강료로 인건비를 충당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박원표(64) 상임이사는 "사회적기업으로 출범한 만큼 이윤 추구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 SK에서 큰 돈을 우리에게 맡긴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느냐"면서도 "사회적기업들이 취지는 좋은데 경영이 어려우면 도산할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자립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현재 고용노동부에 사회적 기업을 신청해 놓았으며 이달 말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 박원표 상임이사

- "더 많은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 줘야죠"
- 서명초 교장 출신 지난해 퇴임, 방과후 학교로 교육 기회 제공

'부산 행복한 학교' 재단 박원표(사진·64) 상임이사는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과후 학교에 대한 박 이사의 관심과 애정은 각별하다. 지난해 초 정년 퇴임하기 직전 3년 동안 몸담은 서명초등학교(금정구 서동)에서 그는 열성적으로 방과후 학교를 이끌었다. 그는 교육환경이 열악해 학교 수업을 마치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다시 학교로 끌어들였다.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5개에 불과했던 방과후 학교는 20개 이상으로 늘렸다.

학부모와 학생들을 상대로 철저한 수요 조사를 한 덕분에 호응도 좋았다. 2009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제1회 방과후 학교 대상' 시상식에서 전국 대상을 수상했다. 2007년 10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전국 시·도 교육감과 서명초등학교를 찾아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야간보육을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한 것도 박 이사다. 교장 재직 당시 부모가 맞벌이여서 학교 수업이 끝나면 돌볼 사람이 없는 학생들이 많다는 여건을 감안한 것이다. 박 이사는 "처음에는 오후 5시까지 보육반을 운영하다 오후 8~9시까지 시간대를 늘렸다. 학원을 가는 학생들이 적어 방과후 프로그램을 확대시키다보니 야간보육까지 하게 됐었다"고 말했다.

행복한 학교 재단과는 설립 추진단계부터 추진위원으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지난해 퇴임후 10월 상임이사직을 맡게 됐다. 그의 꿈은 방과후 학교 수업을 받은 아이들이 "내가 다른 친구들 못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방과후 학교 덕분이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배움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 행복한 학교 선생님들

- "비록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느끼는 보람은 비교 못해요"
- 과외·학원 비하면 수입 적지만 아이들 실력향상 보며 뿌듯
- 만족도조사·공개강의 발전 계기

'행복한 학교'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방과후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곽재훈 기자

'행복한 학교'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외, 학원 강사 등을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던 이들은 비록 수입은 이전보다 적지만 가르치는 보람이 남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서명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안인선(여·39) 선생님은 "대부분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라 나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큰 지 바로 느껴진다"면서 "학업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까지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학초등학교에서 독서논술 수업을 맡고 있는 정동점(여·44) 선생님도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의 아픔이 치료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면서 "그럴때마다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갖고 열심히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그 노력은 또다시 보람으로 채워진다"고 전했다.

행복한 재단에 소속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자기계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분기마다 학생과 학부모를상대로 만족도 조사 및 공개강의를 실시해 평가를 하고, 이를 통해 선생님들은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등 발전의 기회로 삼을수 있다. 재단에서 실시하는 단체연수 및 개별적 상담도 자주 이루어져 아이들 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세대가 다른 데서 오는 고충도 있다. 자라난 환경이 달라 공감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이다. 서동초등학교에서 수학을 맡고 있는 김경희(여·44) 선생님은 "억압적으로 통제하려 해선 안 된다. 아이들의 의견을 경청해 줘야 내 얘기도 들어준다"면서 "내 잣대로 판단하지 말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줘야 서로 교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