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 외동 인제하우징 직원들이 주촌면의 한 주택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집을 짓고 있다. 김성룡 기자

- 10년 전 공익사업으로 시작, 공공기관 등서 의뢰 늘면서 사회적 기업 입문해 2년차
- 직원 9명에 연매출 5억 넘어 청소년가장 주거환경 개선, 장학금 지원 등 사회 환원

4일 찾은 경남 김해시 주촌면 양동리 홍창숙(여·68) 씨의 양옥집. 남자 4명이 연신 구슬땀을 흘리며 이중창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알미늄 새시의 번듯한 창문 설치를 마무리 하자 홍 씨의 집은 마치 새 옷을 입은 듯 훤해졌다. 이들은 창문설치 작업을 끝낸 뒤 집 곳곳을 점검, 하자가 심한 곳을 보수해 줬다. 홍 씨는 "창이 낡아 난방이 잘 안돼 겨울이면 추위에 시달려 왔다"며 "이중창 설치로 올 겨울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고 흐뭇해 했다.

	낡은 주택 천장 보수작업 모습.

홍 씨 집에 이중창을 설치한 이들은 주택보수 및 수리 전문 사회적 기업인 유한회사 인제하우징의 직원들이다. 인제하우징은 김해시 지원으로 지난해 300여 건의 주택 수리 및 보수 등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해 5억39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직원이 9명인 소규모 사회적 기업으로는 적지않은 매출이다. 전체 매출액 중 김해시 지원사업이 2억 원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한국에너지재단, 한국가스관리공단 등 공공기관 지원사업이 대부분이다. 공공기관의 민간 파트너십을 성실하게 수행해 신뢰를 쌓은 결과다.

경남 김해시 외동 보건복지센터 별관에 사무실을 둔 인제하우징은 2010년 1월 노동부로부터 인증을 받아 사회적 기업에 입문한 지 아직 2년이 안된다. 햇병아리 사회적 기업이 단기간에 성장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제하우징의 회사연혁을 보면 200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업체는 초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집 고치기' 사업 등 공익성 사업으로 주택 개·보수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 후 실적을 인정받아 한국토지공사를 비롯해 에너지재단, 사회연대은행 등 공공기관의 의뢰가 늘어 났다. 주택개보수 사업을 시작한지는 10년을 넘어서면서 시공경험이 쌓이고 직원들의 성실함이 기관의 신뢰를 사 오늘의 인제하우징으로 성장했다. 직원수도 초창기 4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인제하우징은 사회적 기업인증 이후 지난해 사회환원사업으로 장학 후원금 400만 원을 출연했다. 또 지역 내 저소득층 주거환경 실태조사 및 지역 노숙인 집계조사를 하고 어려운 환경의 시민 주거개선을 위한 공익사업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등 지역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 업체의 사업은 실내 도배와 장판 교체 및 설치, 지붕(외벽)도색 및 방수, 재래식 화장실 정비 등 생활환경개선사업과 주택 창호와 문 교체, 벽체보강 등 단열성능 개선사업이 주를 이룬다.

기본적이면서 비교적 시공이 쉬운 주택 개보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대상은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저소득 사회적 소외계층들이다. 이들의 주택은 낡고 오래돼 지붕이 새는 등 곳곳이 하자 투성이고 일부는 재래식 화장실을 그대로 갖고 있는 등 주거환경이 극히 불량하다. 금방 허물어 질 것 같은 긴급을 요하는 주택이 상당수라고 인제하우징 관계자들은 말한다.

아직도 주거환경의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주택이 수두룩하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외계층일수록 이 같은 불량주택에서 힘겨운 생활을 하고있다. 인제하우징은 주로 이 같은 계층의 주택을 대상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주택이 김해시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대상으로 지정돼 개보수 의뢰가 오면 현장조사를 통해 비용산정 등 기초조사를 한 뒤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예산부족으로 주거환경개선을 받는 주택이 한해 300여 건에 불과한데다 만족할만한 보수가 안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해시 등 공공기관에서 한해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사업비로 정한 총액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충분한 보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제하우징 작업반장 허형삼(46) 씨는 "이중창 설치 등 특정부문 보수를 의뢰받아 작업을 하다보면 지붕 누수 등 다른 하자도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예산부족으로 해줄 수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업예산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고, 이어 사전 현장조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는 추가 보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지자체 지원사업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중창 설치 등 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개선사업이 충분한 현장조사 없이 이뤄지는 것도 개선점으로 꼽히고 있다. 주택들은 구조별로 특징이 있어 이에 걸맞는 형태의 시공이 돼야 하는데 일률적인 시공으로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사업 시행 주택에 대한 만족도 조사 등 사후점검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사업효과 측정이 지속적 사업추진을 어렵게 하는 것도 시정사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제하우징 남택주 대표는 "김해시가 한해 150건의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다른 지자체가 본받아야 할 사항"이라며 "하지만 사전 현장조사를 강화하는 등 방법을 통해 맞춤형 사업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남택주 대표

- "에너지 효율에 중점 집수리…경쟁력 충분"

"특화된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유한회사 인제하우징 남택주(39·사진) 대표는 "우리회사만의 노하우를 개발해 한국형 사회적 기업의 모델이 되겠다"고 밝혔다. 남 대표가 말하는 노하우는 공공기관과의 민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이중창 교체, 벽면단열 등을 통해 나름의 시공 노하우를 축적해온 만큼 여기에 저비용의 장점을 살려 민간업체와 차별화하려는 것이다. 남 대표는 "저소득층의 경우 경제적 부담 때문에 민간업체와 거래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계층을 주 타깃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현행 사회적 기업 지원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인건비 등 지원기간을 3년으로 못을 박는 바람에 초기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1~2년만 지원기간을 연장해 줘도 생존할 수 있는 업체가 많은데, 이게 안되니 자금문제로 문을 닫는 업체가 많다"며 "지원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생존하는 사회적 기업은 30%선에 그친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개별 업체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으로 업체 경쟁력을 높이고, 지원기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사회적 기업지원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기업 육성회 등 경남도의 지원기관과 단체가 홍보 등의 역할을 담당해 일반인의 인식을 높여 매출확대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허형삼 작업반장

- "이웃에 도움 준다는 자부심에 힘든줄 몰라"

"경제적 이득을 따지면 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준다는 자부심에 힘든 줄 모르고 일하고 있습니다."

인제하우징 허형삼(46·사진) 작업반장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허 반장이 인제하우징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 그는 작업 중 오른쪽 팔을 다쳐 치료를 받고 집에서 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인제하우징에 입사했다. 그는 실내 인테리어업 등 주택 개·보수 업에만 15년을 종사한 베테랑 기능인이다. 그래서 작업반장을 맡아 현장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그의 손을 거치면 다 허물어져 가는 집도 깔끔한 현대식 가옥으로 변해 현장에서는 '주택박사'로 불린다. 사회적 기업 특성상 고령자 등을 채용하다보니 작업 공정마다 그의 손이 많이 간다. 1인 다역에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지만 항상 웃는 모습으로 일을 해 주위의 칭찬이 자자하다.

그는 회사가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일을 하다보니 성취감이 남다르다고 했다. "장애인 부부의 집을 수리한 적이 있어요. 이들 부부의 집은 오래된 스레이트 가옥으로 비가 오면 물이 새는 등 금방 허물어질 것 같았습니다. 조립식 판넬로 집을 개조하는 데 한달 가량 걸렸어요. 재래식 화장실은 수세식으로 바꾸고, 세면장에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지자 이들 부부는 좋아 어쩔줄 몰라하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는 "집 수리 후 이들 부부의 표정이 밝아진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런 맛에 일을 지금껏 하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