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車 견인 고리에 허리띠 걸리고, 목격자 "소방서 앞 도로서 봤다"
- 사망자 외부 충격없고 화상입어
- 경찰, 대리기사 가해 혐의 무게

지난 22일 새벽 30대 남성이 승용차 밑에 끼인 채 5㎞가량을 끌려간 뒤 숨진 의문의 사건(본지 지난 24일 자 8면 보도)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25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을 갖고 사고 당시에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2일 새벽 2시20분께 해운대소방서 앞을 지나던 택시기사 김모 씨는 경찰조사에서 "반대편 차로를 통해 시내 방향으로 향하던 중 맞은편 차로에 한 남성이 누워 있는 것을 봤고, 이후 차량 한 대가 그 위로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현장 주변을 걷고 있었다는 또 다른 목격자 이모 씨는 "한 남성이 도로 위에서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누웠고, 이후 차량이 그 위로 지나갔다. 사고 후 차량이 멈춰섰다"고 말해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치했다.

이는 사고 당시 차를 운전한 대리운전 기사 박모(47) 씨의 진술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사고 차량의 실제 소유자인 김모(28) 씨는 "해운대소방서 인근에서 차량이 덜컹거렸고, 대리 기사가 '사람을 밟은 것 같다'고 해 차에서 내려 뒤쪽을 확인했으나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진술한 반면, 박 씨는 "사람을 밟았다고 얘기한 적도 없으며, 차량을 정차한 사실도 없다"며 이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사고로 숨진 오모(33) 씨에 대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 오 씨에게서 외부충돌 흔적이나 외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부검 결과와 목격자 진술, 사고 당일 오 씨의 행적 등으로 미뤄봤을 때 오 씨는 사고 당시 해운대소방서 인근 도로에 누워있다가 대리기사 박 씨가 운전하던 차량에 끼인 채로 약 5㎞를 끌려가면서 머리 등에 심한 충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오 씨가 구조될 당시 허리띠가 차량 견인을 위한 고리에 걸려 있었으며, 다리 쪽이 차량 엔진부위에 닿아 화상을 입은 점, 오 씨가 운전석 밑 쪽 밑부분을 움켜잡은 듯한 흔적이 남은 점 등으로 미뤄 도로에 누워있던 오 씨가 그 위로 지나간 차량의 견인용 고리에 걸리면서 차량 밑부분에 끼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몸무게가 90㎏에 육박하는 오 씨가 차량 바닥과 도로 사이의 좁은 틈에서 무려 5㎞ 가량을 끌려간 것은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고 당시 비가 내려 도로가 젖어 수막 현상에 의해 별다른 마찰 없이 계속 끌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26일 대리기사 박 씨와 차량 소유자 김 씨를 불러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조사를 벌이는 한편 혐의가 밝혀질 경우 박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와 위험운전치상 혐의로, 김 씨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각각 사법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