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소셜커머스 업자가 상품권을 크게 할인해 판다고 홍보하고 고객들의 돈 수십억 원을 챙겨 달아난(본지 지난 16일 자 8면 보도) 가운데 똑같은 방식으로 영업하는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기승을 부려 우려를 낳고 있다.

16일 A 소셜커머스 사이트는 모 주유소 주유권 60만 원 묶음을 15~25% 할인해 팔며 7~12개월로 길게 나눠 배송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1100여 명의 고객이 몰렸다. 배송기간이 길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해, 업체가 몇 차례 상품권을 발송하다 잠적해도 나머지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지만 고객은 끊이지 않았다. 이같이 백화점·주유·대형마트·문화상품권을 최대 30%까지 할인해 판매하며 무통장입금만 받고 수개월에 나눠 발송하는 방식으로 호객하는 소셜커머스 업체가 잘 알려진 곳만 네댓 개이다.

이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대체로 신생 업체들로 취급하는 상품이 많지 않다. 이들은 "회원 유치를 위해 손해를 보며 이벤트를 한다"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고객들은 불안감을 안고도 도박같은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현금이나 다름없는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입해 시중에서 이용하거나 되팔면 '대박'을 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런 심리로 한 사람이 사는 상품권 액수는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한다. 부산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상당을 투자한 피해자들은 상품권을 싸게 사 시중가에 되팔아 이윤을 남기려는 목적이거나, 선물용으로 상품권을 대량 구입하려 한 회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행상 상품권 발행업체가 5% 이상 할인해 팔지 않기 때문에 30%까지 할인해 판다는 건 사기성이 짙지만 경찰이 단속할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도깨비쿠폰닷컴' 사기 사건을 계기로 각 지역 경찰이 소셜커머스 업체 단속에 나섰지만 약속대로 상품권을 발송하고 있다면 규제할 근거가 없다. 사기 사건이 발생해야 뒤늦게 수사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부산센터 김정현 대리는 "현금으로 결제하더라도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제) 등 거래안전장치가 없거나 검증되지 않은 신생 업체와는 거래하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