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벌체제 등 방만한 경영
- 관할구청, 아무것도 몰라
울산 북구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남학생 간 성폭행 사건이 발생(본지 지난 18일자 1면 보도)한 데는 복지법인의 파행 운영과 관할 자치단체의 안이한 관리 감독이 한몫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8억 원의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는 복지법인은 족벌체제에다 회계업무 소홀, 미자격자 고용 등 방만한 경영을 해왔지만 관할 구청은 보건복지부가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족벌체제에 방만한 운영
복지부는 영화 '도가니'가 전국적인 파장을 몰고 오자 장애인 인권침해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문제의 복지시설에도 복지부 직원과 지자체 추천 전문가, 담당 공무원 등 총 35명이 투입됐다.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학생과 종사자 등 80여 명을 상대로 한 1차 조사에 이어 12월 5일부터 이틀간 2차 조사가 실시됐다. 당시 시설에는 전체 학생 113명 중 50명(남 30명, 여 20명)의 청각장애학생이 기숙생활을 하고 있었다.
조사과정에서 복지법인 측의 파행적 운영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나 대학 졸업예정자를 생활재활교사로 채용했고, 2008년에는 체벌과정에서 원생을 다치게 한 교사를 징계절차 없이 퇴직시켰다가 다시 채용하기도 했다.
특히 법인 대표와 시설 이사장, 사무장 등 요직을 모두 가족이 맡는 등 족벌 경영체제로 운영됐으며 회계업무 처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행위에 따른 시정명령만 8건, 행정 처분도 1건이나 내려졌다.
■복지법인 묵인, 구청은 실태조차 몰라
복지부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성폭행 사건은 2010년과 지난해 10월 등 두 차례나 발생했다. 하지만 법인 측은 가해학생은 귀가시키고 피해학생은 전문가 상담이나 심리치료만 하는 등 안일한 대처로 마무리했다. 이들 외에도 성폭행 사건 관련자가 10명에 이른다는 사실도 복지부 조사가 끝난 뒤에야 알게 됐다.
이처럼 파행적이고 안이한 운영 뒤에는 관할 북구청의 소홀한 관리감독이 있었다. 북구청은 복지부의 전수조사가 있기 전까지 1년에 한두 차례 감사를 벌였지만 성폭행 사실은 물론, 부실한 회계처리 등도 적발하지 못했다.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지자체들은 예산만 내려줄 뿐 원생들 관리는 전적으로 법인 측에 맡기다 보니 내부에서 이런 비행이 발생해도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파장이 커지자 북구청은 1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설명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윤종오 북구청장은 "사건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