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난 이유 복원 취지 못살려

합천군이 향파 이주홍 선생 생가를 복원하면서 생가 지붕을 천연볏짚이 아닌 인조(비닐)볏짚으로 만들어 '눈가림식 복원'이라는 지적(본지 지난 15일 자 12면 보도)을 받은 데 이어 인조볏짚마저도 부실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비난을 사고 있다.

합천군은 용주면 이주홍 생가(지난해 12월 어린이문학관 옆에 복원) 지붕의 인조볏짚에 코팅 처리가 되지 않은 재질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 전면 재시공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군은 본지 보도 이후 생가 지붕 문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생가 복원 시공사가 폴리에틸렌 성분의 인조볏짚에 코팅 처리가 안 된 재료를 사용했고, 햇빛에 노출되는 인조볏짚 끝부분이 갈라지고 가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비닐볏짚이 부스러기로 변해 가루가 날리면, 이곳 방문객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시공사 측은 1000만여 원을 들여 생가 두 채의 지붕(150㎡)을 이번 주 모두 재시공하기로 했다.

합천군은 천연볏짚 사용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여전히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인조볏짚 대신 천연볏짚을 사용할 경우 해마다 700만∼800만 원이 필요하고 이엉을 만들 수 있는 볏짚과 제작인력을 확보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또 지붕의 볏짚이 오래돼 벌레가 생기면 어린이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태풍이나 바람에 날리는 등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군은 "국제신문의 지적으로 인조볏짚과 천연볏짚 사용의 장단점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우선 인조볏짚을 계속 사용해 2∼3년 지켜본 뒤 문제점이 드러나면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주홍 선생의 생가 지붕을 3개월여 만에 전면 재시공하는 것은 복원 과정에서 합천군의 관리감독이 그만큼 부실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합천군이 예산 확보난 등을 이유로 천연볏짚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생가 복원 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