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등세상 향한 시즌3 도전
- 발가락 부르터도 강행군

- 같은 처지 장애인들 만나
- '걷는 이유' 마음깊이 새겨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주에서 서울까지 500㎞ 걷기 대장정을 떠난 이진섭(48)-균도(20·발달장애인) 씨 부자가 이틀째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이 씨 부자는 여정 둘째 날인 24일 전남 장성군청에서 전북 정읍까지 30㎞를 걸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시간 동안, 점심 한 끼 먹는 시간을 빼고 온종일 걷기만 했다. 오는 26일 전북 전주에 입성해야 하는데 25일에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를 들었기 때문에 조금 무리를 했다.

균도 씨는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긴 했지만 아직 여행을 즐기고 있다. 이날은 장성지역을 걷다 무작정 장애인복지관에 들르기도 했다. 복지관에는 균도와 동갑인 발달장애인이 주간보호를 받고 있었다. 시골마을에는 유독 장애인복지관이 많았다. 이날만 서너 곳을 봤다.

이진섭 씨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을 보니 서글펐다. 우리 균도도 부모가 없으면 하는 수 없이 시설에 들어가야 할 것 아니냐. 시설에 있는 발달장애인이라고 부모와 함께 살고 싶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걷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발달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장정 첫날이었던 23일에는 광주시청에서 장성군청까지 26㎞를 걸었다. 이날 오전 출발지인 광주시청 앞에서 든든한 응원단을 만나 한껏 부푼 가슴을 안고 첫 걸음을 뗐다. 균도 씨의 세 번째 '세상걷기'를 응원하고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국민기초생활법 부양의무제 폐기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이진섭 씨와 같은 처지인 광주장애인부모연대가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부모연대 외에도 균도 씨의 세상걷기를 지지하는 여러 단체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광주장애인부모연대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발달장애인은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일자리를 갖기 어렵다. 평생 부모에게 의지해 살거나 사회에서 방치된 채 살아간다. 그럼에도 정부는 모든 부양의 책임을 부모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한숨 지었다.

이진섭 씨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장애아 부모들의 심경을 누구보다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우리 부자의 세상걷기가 다른 이들에게 울림을 전하는 것 같아 발걸음이 무거워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