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적 해이' 비판 여론 높아

새누리당 김수근 부산시의원이 공공단체와 영리 목적의 거래를 금지하는 시의회 윤리강령을 교묘히 피해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고리원전과 50억 원대의 납품계약(본지 2일 자 1·3면 보도)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리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인 김 의원은 또 본인·배우자의 영리활동과 연관이 있는 상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밝혀져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부산시의회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에 따르면 부산시의원은 부산시·공공단체와 영리목적의 거래를 할 수 없다. 또 지위를 남용해 부산시·공공단체·기업체와의 계약에 의해 이익을 취해서도 안 된다. 김 의원의 경우 부인 회사가 고리원전과 6년간 50억 원대의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정가에서는 "고리원전과 직접 거래할 수 없는 김 의원이 부인의 회사를 통해 이득을 본 것 아니겠느냐. 윤리강령의 허점을 교묘히 빠져나간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A 의원은 "윤리강령에서 명시한 '의원'이란 사실상 부인과 직계존비속까지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고리원전도 김 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김 의원의 업체로 받아들이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부산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도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조례에 따르면 부산시의원은 본인·배우자와 그 직계존비속의 영리사업과 관련된 상임위 위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김 의원은 2010년부터 고리원전을 감시·감독하는 도시개발해양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리원전 측이 민간감시기구 위원이자 시의원을 겸한 김 의원에게 잘 보이려고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를 최초 폭로할 정도로 고리원전 내부 정보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의원의 시선도 곱지 않다. B 의원은 "많은 의원들이 윤리강령을 준수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를 매각하거나 문을 닫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산시의원이 비리집단으로 매도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리강령을 편법으로 빠져나갔다는 지적은 인정한다. 사려 깊지 못했다"면서도 "상임위는 고리원전을 직접 제재할 권한이 없고 단지 자료요청을 하는 수준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