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도 자유시장(Free market)과 벼룩시장이 결합한 공간인 '상설 프리마켓'이 등장했다. 이 프리마켓의 '매장 업주'들은 적은 자본으로 소비자 반응을 미리 파악한 뒤 창업해 새로운 생산과 소비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구제골목에 있는 '스튜디오 인 샵 프리마켓'.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퀼트 찻잔 장식품 등 핸드메이드 제품과 패션아이템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된 모습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이곳(66㎡)에서는 10여 명의 고객이 물건을 고르느라 분주했다. 각 매장은 업주가 직접 만든 공예품과 일러스트 작품은 물론 중고품이나 수입품까지 무엇이든 팔고 있었다. 심지어 참기름과 휴지 등의 생필품까지 갖췄다. 300원짜리 귀걸이부터 30만 원짜리 중고 명품 가방 등 가격과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대학생 윤송이(23) 씨는 "일반인들의 작품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여는 상설 프리마켓은 누구든지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참여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공간이다. 월 임대료 5000원을 내면 벽면으로 둘러싸인 40여 개의 칸(가로 60㎝, 세로 40㎝) 중 하나를 분양받아 가격을 정하고 판매액의 20%를 수수료로 내는 형태다. 기획에서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경영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번 칸 사장님'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형태의 상설시장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서울과 달리 부산에는 하나뿐인 '상설 프리마켓'인 이곳은 문을 연 지 3개월 만에 입소문을 타 칸을 분양받으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의 명소로 부각됐다.

프리마켓에서 반응이 좋아 최근 부산 북구 덕천동 지하상가에 여성의류 매장을 연 김진영(여·34) 씨는 "시장으로 나오기 전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 가게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강사 조수경(여·31) 씨는 "품목도 자주 바꾸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어 좋다"며 가정의 달을 맞이해 직접 만든 카네이션 코르사주를 진열했다.

이 마켓을 개설해 판매를 대행하는 챨리(35) 씨는 "작가 위주의 기존 프리마켓과는 다르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순환과 교류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