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지난 9일 부산지역 학생들의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를 통과시킴으로써 앞으로 지역의 교육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부산시청에서 열린 자기주도 학습 방법에 관한 강연회 모습. 국제신문DB

- 보충·방과후 수업 등 참여 여부
- 학생·학부모가 선택 권리 가져

- 전교조 "자기 결정권 존중 통해
- 스트레스 줄이고 건강에도 도움"

- 교총 "학교의 재량권 축소 우려
- 저소득층 학생 학력저하 가능성"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는 과연 부산의 교육현장을 어떻게 바꿀까? 바꿀 수 있을까?

부산시의회는 지난 9일 제21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이일권 김길용 최부야 김성선 배종웅 황상주 교육의원이 공동 발의한 '부산광역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로써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는 이날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이 조례는 부산의 초·중·고에서 정규교육과정 외 이뤄지는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방과후수업 등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조례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학생 및 그 보호자에게 학습선택권을 갖도록 함 ▷정규교육과정을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에 자의적으로 편성하거나 운영하지 않도록 함 ▷부산시교육청에 학습선택권 업무담당자를 둠 ▷학습선택권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거나 침해당했을 경우 상담 및 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 ▷연1회 관련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함 ▷조례의 위반이 발견되면 시정을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함 등이다.

학습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조례가 제정됐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그 이전에는 초·중·고생의 학습선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 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일선의 일부 교사들은 동의했다.

부산시내 한 중학교 교사는 "2012년 들어 주5일수업제와 학교스포츠클럽 주1시간 도입 등으로 주중 수업이 1~2시간 늘어난 데다 교육당국이 '방과후 참여율 75% 이상'이라는 가이드라인 아래 학생들의 방과후 교과학습이나 자기주도학습을 사실상 강권한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진보적 성향의 교육단체인 전교조부산지부는 이 같은 현상이 학생들의 학습스트레스를 늘리고 건강과 자율성마저 해친다고 보고 지난 2월부터 중학교교육과정정상화팀을 가동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청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정된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는 부산의 교육현장에 일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부산시의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는 지난 9월 전국 처음으로 통과된 인천의 학습선택권 조례와 비교하면, 방과후 참여율을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학교평가지표에 포함시킬 수 없도록 하는 등 실효성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교육 일선에서는 이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는 만만찮은 반론과 현실적인 우려도 낳고 있다. 부산시교원단체총연합(부산교총)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단위학교의 교육환경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방과후 수업 및 야간자율학습을 시의회가 조례로 정하면 학교의 자율재량권, 창의성이 제한되며 시대 흐름에도 역행할 것"이란 지적이다. 부산교총은 이 조례가 결국은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여 학부모 부담을 늘리고 동서교육격차 해소, 저소득층 학생의 학력 신장 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교육양극화를 더욱 심하게 만들 것이란 비판도 내놨다.

반면 전교조 부산지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하고 자기 결정권을 신장시킬 수 있는 이번 조례를 환영한다"며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조례의 원활한 시행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가 이렇듯 논란으로 번진 상태다.

이에 대해 조례를 대표발의한 이일권 교육의원은 "이 조례의 초점은 학생들이 공부를 덜 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신장시킴으로써 방과후교육의 환경과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율 또는 강제보다는 자율을 기초로 생활하는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가 취지를 살리면서 교육현장에 정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