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선 정년연장 없이 해고
- '학비노조' 집회 등 강력 반발

부산시교육청이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에 대한 지침을 초·중·고교에 내려보냈지만, 일선 학교에서 이를 거부해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이 반발하고 있다.

17일 학비노조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30일 '학교회계직원 처우 대폭 개선'이라는 공문을 부산시 600여 개 초·중·고교에 내려보냈다. 여기에는 교통보조비 등 6개 항목 수당 신설과 정년 연장, 질병휴직 기간 연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년 연장 부문 세부 추진 계획에는 본래 만 57세까지였던 정년을 올해는 59세, 내년에는 60세까지로 6급 이하 지방공무원 정년과 동일하게 연장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2001년부터 부산 금정구 부곡중학교에서 급식조리원으로 일한 최모(여·57) 씨는 최근 '오는 30일 이후 출근하지 말라'는 해고 통보를 학교로부터 받았다. 이에 대해 학비노조는 처우 개선에 대한 교육청의 지침은 무용지물이라며 반발했다. 김희정 학비노조 부산지부장은 "지난해 시교육청은 물론 고용노동부와 대통령까지 나서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었다"며 "교육감과 해당 학교장이 최 씨의 정년 연장을 보장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정년 연장에 관한 지침이 권장사항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길 경우 규제할 수 없게 돼 있다. 부곡중 관계자는 "최 씨의 정년 연장안을 놓고 지난달 2일 교사 위원과 학부모 위원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었고, 최 씨보다 젊은 근로자를 뽑기로 우선 결정했다"며 "나이가 많은 만큼 작업 중 부상 등이 우려돼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최 씨의 후임자를 뽑기 위해 최근 공고를 냈고 지원자에 대한 면접을 17일 오후 시행했다. 시교육청 김상규 사무관은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자는 교육감이 아니라 학교장으로 돼 있다"며 "시교육청은 정년 연장을 권고만 할 뿐 이를 어길 시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일이 부산지역에서는 처음 불거진 만큼 학비노조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지부장은 "의무가 없다고 정년 연장을 거부하면 다른 학교에서도 최 씨와 같은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매일 오전 8시 부곡중 앞에서 최 씨의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