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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학생들로부터 학내 대안 여론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마이피누' 초기 화면. |
- 익명성 보장한 덕분에
- 소수도 목소리 내기 시작
- 치열한 찬반토론 장 역할
- 학내 대안 여론창구 주목
지난해 7월 '자게 폐인'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부산대 자유게시판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주인공은 마이피누(www.mypnu.net). 처음엔 당연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자유게시판과 현수막 등을 통해 홍보했지만 수개월 동안 가입자 수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마이피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총학생회까지 나서 학교 측의 허술한 강의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마이피누에 있던 강의 후기 정보가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게시판과는 달리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교수와 수업 내용에 대한 가감 없는 후기들이 무섭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도 후기 한 건당 조회수가 1000건에 육박한다.
그렇게 기세를 올린 마이피누는 탄생 10개월 만인 지난 17일 가입자 수 5000명을 돌파했다. 회원에 가입하지 않고 글만 읽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많다. 하루 방문자가 3000명을 훌쩍 넘고, 총장 직선제 폐지 거부 등 학내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땐 접속자 수가 4배 넘게 폭증해 댓글만 수십 개씩 달린다. 총학생회를 비롯해 단과대학 학생회들도 공식 아이디를 통해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
마이피누의 가장 큰 무기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 이름과 소속 학과까지 드러나는 자유게시판에서는 꺼낼 수 없었던 의견들이 거침 없이 올라온다. 지난해 부경대와의 통합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유게시판에는 통합 반대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마이피누에서는 찬성론자가 등장해 반대론자와 논쟁을 벌인 것이 한 예다.
마이피누를 만든 이는 손영화(21·사진·부산대 공공정책학부 2) 씨다. "학교 자유게시판은 실명제라 다수의견이 형성되면 소수의견이 묻히더라고요. 이때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가 밝힌 마이피누 제작 동기다. 손 씨는 흥미를 끌기 위해 시간표 작성 도우미 코너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수강 신청에 목을 매는 것에 착안, 수강 신청 서버가 열리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코너도 마련했다. 처음엔 사비 20만 원을 털어 운영비로 썼지만, 지금은 구글 광고 등을 끌어오고 수익이 남으면 글을 많이 올리는 사람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지난달부터는 오프라인에까지 영역을 확장해 '생활비 인하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등록금 등으로 부담이 큰 대학생들의 생활비를 아낄 수 있도록 각종 할인 혜택을 발굴하겠다는 것. 실제로 지난 3일 학교 앞 한 어학원과의 제휴를 통해 부산대 학생들의 모의고사, 수강료 할인 등을 이끌어냈다. "평소 반값등록금, 저소득층에 관심이 많았는데 총학생회만큼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원비 인하 같은 건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앞으로는 오프라인 활동에도 관심을 가져 내년에는 원룸, 고시원 가격을 낮추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