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싸움 등 비화 우려
- 시의회는 안건 상정 미뤄
- 9월까지 힘겨루기 조짐
학생·학부모가 방과후학교와 보충수업 참가 여부를 자율 결정하도록 한 조례안(지난 4월 19일 자 2면 등 보도) 시행이 늦어질 전망이다. 부산시교육청이 조례안 폐기를 염두에 두고 재의를 요구하자 부산시의회도 재의 요구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시간끌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시의회 이일권(교육위원회) 의원이 대표발의한 '부산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달 통과됐다. 주요 내용은 정규수업시간을 제외한 0교시·방과후학교·야간자율학습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참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고등학교의 자율학습 참여가 반강제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조례 제정 취지다.
그러자 교육청은 지난달 29일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다. 우선 학습선택권 조례안이 방과후학교의 참여율을 교육평가지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데 대해 교육청은 "학교평가의 기준 설정은 교육감의 권한이다. 이를 조례로 제한하는 것은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과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또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조례에 재의 요구는 의회와 교육청의 정면충돌을 의미한다.
정가에선 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한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한다. 교육청은 먼저 학습선택권 조례가 진보적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새누리당 의원이 절대다수인 의회의 역학 구도상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재의결 요건을 갖추기 힘들 것으로 본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이 제6대 후반기 신임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편이 갈린 점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의회도 맞대응했다. 18일 개원한 제220회 정례회에서 재의요구를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이다. 현재 부산시의회 회의규칙에는 '재의요구가 있을 경우 10일(본회의 기준) 이내에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다. 보통 15일 내외로 열리는 의회 회기 중 본회의가 열리는 날은 이틀 또는 사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상임위원회 활동이다. 따라서 매달 의회가 열린다고 해도 오는 9월까지 재의를 연기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의회 제종모 의장은 "임혜경 교육감을 만나 '재의가 두 기관의 감정다툼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법을 찾자'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