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댐(문정댐) 건설계획과 맞물려 있는 함양 용유담의 명승(국가문화재) 지정 여부가 오는 27일 문화재청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명승으로 지정되면 댐 건설은 사실상 무산되고, 지정이 안 되면 정부의 댐 건설계획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댐 건설에 찬성·반대해 온 양측은 25일 상경 집회를 갖는 등 막바지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본지는 24일 양측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 논리와 입장을 들어봤다.


# 찬성- 허태오 위원장

- 수십 년간 홍수로 각종 재난
- 지역주민들 댐 건설 원해

	허태오 위원장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댐 건설이 필요합니다."

문정댐 추진위원회 허태오(70·함양군 마천면) 위원장은 "2002년 태풍 '루사' 때 산사태로 8명이 희생되는 등 마천면 일대는 비만 오면 지리산 자락을 타고 한꺼번에 엄청난 물이 내려와 많은 사람들이 목숨과 재산을 잃고 있다"며 말했다.

허 위원장은 또 "지난 수십 년간 각종 재난피해(홍수, 산사태, 가뭄 등)에 시달리다 못해 10년 전부터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 댐을 건설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용유담의 명승 지정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댐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마천면 주민은 몇 명에 불과하고, 외지인이 대부분이다. 지역 실정도 모르고 주민들의 생사가 걸려있는 문제에 끼어들면 안 된다. 직접 현장에 와서 확인을 하면 댐 건설의 당위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김두관 경남지사가 지난 20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리산댐(문정댐)은 식수 댐으로 낙동강 포기를 전제로 밀어붙이는 사업'이라며 댐 건설 반대의사를 밝혔는데, 이는 현실을 외면한 것으로 자신이 외쳐온 4대강 사업 반대 합리화를 위한 자기당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재청이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기관이라면, 최소한 용유담의 문화재적인 가치와 주민의 목숨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해 결정해야 한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 반대- 선시영 위원장

- 200여 가구 삶의 터전 잃어
- 낙동강 대체수원 개발 의심

	선시영 위원장

"용유담은 국가 차원에서 보존하고 후대에 전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입니다."

지리산댐(문정댐) 백지화대책위 선시영(53·함양군 마천면) 위원장은 "용유담은 수려함과 지형학적 가치 등으로 미뤄 볼 때 국가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용유담은 문화·역사적,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특히 수달의 서식지로 추정되는 데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이동통로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 생태적 가치도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선 위원장은 "지리산댐이 들어서면 용유담 등 마천면 일대가 수몰되고 280여 가구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지리산댐은 홍수조절용이 아니라 부산과 동부경남권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낙동강 대체수원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계획 중인 지리산댐은 높이 140m의 국내 최대 규모로 홍수조절용 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댐이 건설되면 국내 유일하게 남은 원시림인 용유담 상류 칠선계곡은 담수로 인한 안개 발생 등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선 위원장은 또 "댐이 건설되면 4.2㎢ 일대가 물에 잠긴다. 전북 남원의 경우 실상사 1.7㎞ 아래까지 수몰돼 사찰 문화재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칠선계곡과 더불어 백무동도 수몰지역과 맞닿는다. 특히 주변도로 11.2㎞가 물에 잠기고, 최근 완전 개통된 지리산 둘레길도 끊어질 수밖에 없다"며 댐 건설의 폐해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