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코끼리를 도입하려던 대전오월드(이하오월드)의 계획이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오월드 측은 코끼리를 들여오는 조건으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폐차 직전의소방차를 기증하려다 국제적 망신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오월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대전시의회 의원 4명과 오월드 직원 2명 등 6명이 코끼리 한 쌍을 기증받기 위해 캄보디아 국회를 방문했다.

코끼리는 국내 전체 동물원에 9마리밖에 없는 희귀 동물 가운데 하나로 1973년 발효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ㆍ한국 1993년 가입)'으로 멸종위기 1급인 코끼리의 거래가 국제적으로 금지되면서 매매를 통해서는 구할 수가 없다.

오월드는 대전시소방본부 소유의 중형 소방펌프차(1997년식) 1대를 캄보디아 정부에 기증하고 코끼리와 맞교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소방차는 캄보디아 남부 시아누크빌에서 통관절차를 밟고 프놈펜시로이동하던 중 동력전달 장치의 고장으로 국회 기증식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사용연한이 거의 다된 이 소방차는 오월드 측이 시소방본부로부터 기증받아 500여만원을 들여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월드가 예산을 들여 소방차를 다시 수리했고, 지난 2월 캄보디아 국회에서 물이 제대로 뿜어지는지 살수 작업을 시연하려 했으나 살수가 안 되는 촌극을 빚었다.

소방차의 동력전달 장치가 빠져 있는데다 수리마저 매끄럽게 되지 않은 상황이 드러나면서 현지 국회 관계자들로부터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이다.

사실상 불을 끌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한 폐차 직전의 소방차를 캄보디아 정부에 인심 쓰듯 기증하려다 창피를 톡톡히 당한 것이다.

결국 오월드의 코끼리 도입 시도는 무산됐다.

오월드는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동물원장을 경질하고 담당 팀장을 징계하는 등 인사조치를 단행하고,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를 상대로 코끼리 도입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월드의 한 관계자는 "의료관광 차원에서 우리 동물원을 들렀던 캄보디아 측에서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줘 코끼리를 기증받기 위한 작업에 나섰던 것"이라면서 "뜻하지 않게 코끼리 도입이 무산돼 면목이 없다"고 해명했다.

동물원과 플라워랜드 등을 운영중인 대전오월드에는 지난 2002년 개원 당시에는한 쌍의 코끼리가 있었으나 암ㆍ수 코끼리간 다툼 등 '불화'로 암코끼리를 경기도의한 동물원으로 입양시키면서 현재는 수코끼리 한 마리만 남아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