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동틀 무렵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아무렇게나 버려진 소주병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한 취객이 이 시간까지도 병째 술을 마시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밤새도록 마시고 먹은 흔적
- 고스란히 남겨두고 자리 떠
- 곳곳에 널려있는 돗자리들
- 상인들이 재판매하려 수거

- 새벽 청소인원만 30~60명
- 금연구역도 야간엔 안 통해

전국 최고의 여름철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새벽 풍경이 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새벽 바다 분위기를 즐기려다 백사장 곳곳에서 뒹구는 술병과 쓰레기 더미에 불쾌감을 느끼기 일쑤다. 지난밤 술자리의 여흥을 끊지 못한 일부 술꾼들이 새벽을 알리는 붉은 빛깔의 하늘을 배경으로 병나발을 부는 장면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27일 오전 5시 동트기 직전 어둠이 깔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곳곳에는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피서객들이 돗자리를 펴고 놀았던 곳에는 담뱃갑과 빈 술병, 음료수병, 휴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이 시간까지 돗자리 위에서 자고 있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해운대구 환경미화원들이 "해가 뜨니 이제 일어나라"고 깨우자 그제서야 비틀비틀 백사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돗자리를 파는 상인들이 쓰레기를 백사장에 털어버리고 돗자리만 빼서 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피서객이 버리고 간 돗자리를 수거해서 다시 판매하려는 것이다.

27일 새벽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수거된 빈 술병만 500㎏에 달했다. 박수현 기자

같은 시간 환경미화원들은 빠른 속도로 백사장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골이 난 듯 분리수거하는 이들의 손놀림은 재빨랐다.

이날 새벽 해운대구청이 수거한 쓰레기는 1t이었다. 빈병과 페트병 등 재활용 쓰레기가 500㎏이나 추가로 나왔다. 평일이라 쓰레기 양이 적은 편이라고 구청 측은 전했다. 백사장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급증하는 토·일요일 새벽에는 이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

해운대구는 지난 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을 청소하는 데 매일 120명의 인력을 동원한다. 환경미화원을 비롯해 공공근로·자활근로 등 임시직이 대거 투입된다. 120명이 3교대로 일하는데 새벽 시간대에 가장 많은 인원(평일 30명, 주말 60명)이 투입된다.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백사장에서 벌어지는 '술판' 뒤 쏟아지는 쓰레기 때문이다. 낮 시간대 백사장을 이용하는 피서객들은 대개 쓰레기를 스스로 수거통에 버리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를 끝낸 사람들은 쓰레기를 '나몰라라'하고 내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환경미화원들의 전언이다. 해운대구는 해운대해수욕장 최성수기인 이번 주말에는 기존 인력에다 자원봉사자 150명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뒤 낮에는 담배꽁초를 백사장에 버리는 사람들이 확실히 줄었다. 그러나 단속이 어려운 밤에는 눈에 띄게 늘어난다. 피서객들이 돌아갈 때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어주기만 해도 백사장 청소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