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채무부존재 청구 訴
- 원고 패소 판결 원심 확정

- 송회장 측, 결정 납득 못해
- 대학 측, 관계 개선에 노력

거액의 기부금을 둘러싸고 부산대와 ㈜태양 송금조(88) 회장 부부가 벌인 소송에서 송 회장 부부가 나머지 110억 원도 기부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실제로 남은 기부금이 부산대 측에 지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송 회장 부부가 부산대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25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기부약정 당시 기부금 사용용도는 '부산대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 기금'으로 지정됐고, 부산대가 기부금을 그 사용용도에 맞게 사용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부산대에 305억 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195억 원을 낸 송 회장 부부는 애초 약속대로 나머지 110억 원도 대학에 출연해야 된다는 의미다.

송 회장 부부는 2003년 10월 당시 개인 기부사상 최고액인 305억 원을 부산대에 기부하기로 약정을 체결하고, 2006년 8월까지 모두 195억 원을 냈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 측이 기부금을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이라는 본래 목적에 사용하지 않았다며 2008년 7월 나머지 기부금 110억 원을 내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기부약정이 기부목적이나 사용방법을 지정했다고 해서 피고가 구체적인 의무를 져야 하는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기부약정이 부산대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 기금이었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송 회장 부부는 "부산대에 기부하기로 한 305억 원이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우리나라 기부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법원이 최종 판결에서도 부산대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실제로 남은 기부금이 부산대에 기부될지, 그리고 양측의 관계가 개선될지가 향후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번 판결은 남은 기부금이 채무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채무부존재 청구 소송이었지 기부금지급 청구소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송 회장 측은 법원의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 회장의 부인인 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주요 관계자들의 서명 날인이 없는 서류들이 증거로 채택되고 다른 의미있는 증거들이 재판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기섭 총장 취임 후 송 회장 측과 꾸준히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부산대는 이번 판결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부산대 관계자는 "기부자와 이런 일을 벌인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며,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송 회장 측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며 "기부금을 받기 위한 법적인 소송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