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새벽 술에 취한 채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다 입간판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돼 사망했다면 건물주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만약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지 않는 등 사고예방에 소홀했다면 건물주와 간판 소유자에게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A 씨는 2010년 7월 11일 비 오는 새벽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자전거를 타고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한 상가 주차장을 지나던 중 입간판의 누전으로 감전돼 사망했다. A 씨 가족은 "상가 건물의 소유자인 박 씨와 간판 소유자인 차모 씨가 간판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부산고법 민사5부(윤인태 부장판사)는 A 씨의 유족이 건물주 박 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유족에게 4억19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 씨가 건물주로서 상가건물과 주차장, 간판 등에 대해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보수 및 관리의 책임이 있는데도 누전차단기를 설치하거나 사전에 안전점검 등의 조치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며 "당시 상가 임차인들 사이에서 주차장과 간판 관리를 담당한 차 씨에게도 관리상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가 새벽까지 술을 마셔 상당히 취한 상태임에도 홀로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다가 감전사한 점을 참작해 피고의 책임은 7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