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 구·군 1.02~7.42% 올려
- '인하·동결' 주민 의견 무시
- 전북지역 동결 결의와 대조

부산지역 일부 구·군의회가 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입맛대로 해석한 후 내년 의정비를 인상하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2일 부산시와 구·군에 따르면 중·서·동·수영구와 기장군 등 5개 구·군의회가 내년 의정비를 올해보다 1.02~7.42% 인상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구·군의회가 의정비를 조정할 경우 10명으로 구성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한다. 최근 내년도 의정비를 인상한 5개 구·군은 주민여론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를 택했다.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잠정 결정한 의정비 연간 ○○○○만 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낮음' '적당' '높음' 등 3개 답변 가운데 고르는 방식이다.

의정비를 인상한 5개 구·군 주민과 아직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은 북구 모두 주민 과반이 심의위가 제시한 금액이 '높은 편(중구 54.0%, 서구 64.6%, 동구 58.0%, 북구 54.4%, 수영구 59.6%, 기장군 63.6%)'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의정비심의위는 애초 제시한 인상안보다는 낮게, 올해 의정비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내년 의정비를 인상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는 심의위가 제시한 인상안이 높은 편이라는 것이지 의정비를 인상하지 말라는 답변은 아니다"며 "의정비 인상 여부는 심의위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구색 맞추기'로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의정비를 인상하지 말라"는 주민 의견은 무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다른 구·군은 심의위가 제시한 의정비가 '높다'고 응답했을 경우 행정안전부 표준안의 ±20% 범위에서 적정 의정비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영구는 제시액에서 1~2% 인하된 금액 중 고르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수영구는 애초 5.4% 인상안에서 0.4%포인트만 낮춘 5% 인상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민 여론조사를 할 때 의정비 '동결'이나 '인하' 의견까지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경제실천시민연합 차진구 사무처장은 "애초 인상안을 결정하기 전 의정비 동결이나 인하 같은 의견을 물어야 한다"며 "인상을 전제로 한 설문조사는 주민 의사를 왜곡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잠정 인상을 결정한 부산진·북·강서구의회 등은 현재 여론조사 중이거나 조사 후 최종 심의 중이다.

한편 전북도의회와 도내 14개 기초의회는 이날 의정비 동결을 결의해 부산지역 기초의회와 대조를 이뤘다.

부산지역 구·군 내년 의정비 인상 현황 구·군 현 의정비 심의위 제시 인상  의정비(인상률) '높다' 답변율 2013년 의정비 (인상률) 중구 3520만 원 3592만 원(2%) 54.0% 3556만원(1.02%) 서구 3353만 원 3728만 원(11.18%) 64.6% 3602만 원(7.42%) 동구 3492만 원 3661만 원(4.8%) 58.0% 3632만 원(4.1%) 부산진구 3720만 원 3840만 원(3.2%) 여론조사 결과 취합 중 북구 3500만 원 3749만 원(7.1%) 54.4% 심의위서 최종 심의 중 강서구 3592만 원 여론조사 실시 중 수영구 3576만 원 3768만 원(5.4%) 59.6% 3756만 원(5%) 기장군 3300만 원 3901만 원(18.21%) 63.6% 3470만 원(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