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의정비 인상을 결정한 부산지역 일부 기초의회의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주먹구구식 회의를 통해 인상액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반드시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 심의위원회 회의록과 심의위 명단을 부실하게 작성해 게시한 자치구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열린 부산 중구 제2차 의정비 심의위의 회의록을 보면 주민 전화여론조사 결과 애초 인상안인 3592만 원에 대해 주민 54%가 '높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일부 위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모 위원은 "내년 의정비를 최대치로 인상하더라도 16개 구·군 가운데 15번째 정도 수준이다. 조사금액인 3592만 원으로 인상해도 좋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다른 위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반대하자, 심의위는 인상액의 절반인 '36만 원 인상'으로 결론내렸다.

동구 심의위 회의에서는 제시안 3661만 원에 대해 주민 58%가 '높다'고 응답하자 한 위원이 "여론조사 결과를 반드시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3661만 원보다는 낮아야 하고, (중략) 한 50만 원 정도 삭감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다른 위원이 "50만 원은 너무 많은 것 같다. 의원들 사기문제도 있고 해서 30만 원 정도가 어떠냐"고 제시했다.

수영구 심의위에서는 위원장이 "현재 받고 있는 금액의 몇 % 정도 올리면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한 위원이 "5% 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고 답했다. 이 안은 다른 위원들의 이의 제기가 없어 그대로 통과됐다.

올해 의정비가 3353만 원인 서구의 심의위 회의에서는 한 위원이 "부산의 (의정비) 지급액 평균이 3619만 원이므로 여기서 3% 올려 기분이 나도록 해드리는 것이 낫지 않겠나"고 제의하기도 했다. 이런 논의 끝에 서구 심의위는 결국 3602만 원으로 올렸다.

기장군 심의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심의위 제시 인상안 3901만 원에 대해 주민 63.6%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자기가 받는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많이 받는 것을 싫어하는 습성이…"라는 발언을 했다.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아예 공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공개한 기초단체도 있었다. 

서구와 동구 중구 수영구는 의정비심사위원회 위원의 소속이나 추천기관을 밝히지 않아 이름만 봐서는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특히 수영구와 동구는  회의록에 발언자 이름을 '○○○'으로 처리해 누가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