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11일 퇴근시간 부산 동래구청 전광판에 민원인을 상대로 겨울철 에너지 절약을 당부하는 안내문이 뜨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창가 강제 소등·야근 자제도
- "더는 줄일 부분 없다" 하소연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일선 자치단체들이 절전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현장에서는 "더는 줄일 부분이 없다"고 비명을 지를 정도다.

11일 오전 전력당국이 전력경보를 '관심(예비전력 300만 ㎾ 이상 400만 ㎾ 미만)' 단계로 발령하자 부산시와 16개 구·군은 전력사용량 줄이기에 박차를 가했다.

시와 구·군은 청사 내 난방을 최소화하고 있다. 난방기는 직원들이 출근하는 오전 9시와 퇴근 전인 오후 4시 전후 각각 한두 시간만 가동한다. 이날 사하구는 오후에도 거의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았다. 개별 전열기 사용도 원천 금지시켰다. 이를 위해 관계 부서 직원이 주기적으로 사무실을 돌며 개별 전열기를 수거하기도 했다.

서구와 중구 남구 등은 내복 입기와 무릎담요·털신 사용 등을 권장하는 '온맵시(편안하고 따뜻한 옷차림을 통해 겨울철 실내 난방온도를 낮추자는 운동)'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시와 구·군 청사의 비민원 부서가 몰려 있는 층의 복도는 전등을 모두 꺼 컴컴할 정도였다. 기장군 등은 사무실이라도 창가 자리는 중앙통제실에서 강제로 소등하고 있으며, 사하구의 경우 복도는 70~80%, 사무실은 40~50% 소등하고 있다. 기장군은 점심시간에 복도는 물론 사무실의 전등도 모두 끄는 조치를 취했다. 남구는 청사 내 승강기를 홀·짝층으로 나눠 절반만 운행하고 있으며, 동래구도 하나밖에 없는 승강기를 격층 운행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자치단체도 있다. 동래구는 평소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직원들이 야근을 자제하고 일찍 퇴근하도록 독려했는데, 겨울철 전력사용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월·목요일도 추가했다.

청사 외관을 유리로 마감해 단열이 좋지 않은 남구는 2·3층 민원실에 총 252㎡ 규모의 유리칸막이를 설치해 냉기를 차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력경보가 '주의(예비전력 200만 ㎾ 이상 300만 ㎾ 미만)' 단계로 떨어지면 시는 지식경제부 지침에 따라 기념탑과 분수대, 교량 등 공공시설 경관 조명을 끌 계획이다.

시는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오후 전력사용량 피크시간(오후 5~7시)에 네온사인을 이용한 광고를 업소당 1개만 허용하고, 문을 열고 난방기를 가동하는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춥다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