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겨울 춥게 느끼지만 실제 기온은 계속 오름세
겨울 스포츠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스키 시즌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올겨울은 예년에 비해 추위가 빨리 찾아온 탓에 스키장들이 작년보다 최대 2주 일찍 문을 열었다. 내년 3월까지 길게는 다섯 달 가까이 은빛 슬로프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세기 말에는 국내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부지방에 있는 스키장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키 즐길 시간 점점 줄어든다" = 건국대 지리학과 허인혜ㆍ이승호 교수는 23일 공개한 '미래 기후자료에 의한 한국의 지역별 스키산업의 전망'이라는 논문에서21세기 말 국내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지금에 비해 적게는 절반에서 많게는 4분의3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관령 용평리조트의 스키 시즌은 현재(2010∼2040년) 평균 144.1일에서 이번 세기말(2070∼2100년) 65.6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용인 양지리조트는 세기말 38.0일로 현재 109.3일의 3분의1정도다.
남부지방의 스키장은 더 심각하다. 무주리조트는 현재 1년에 평균 76.3일 개장하지만 세기말에는 19.8일로 74％나 줄어든다. 양산 에덴밸리리조트 역시 현재 59.1일에서 19.6일로 감소해 채 한 달도 문을 열지 못한다.
이런 계산은 각 스키장이 위치한 지역의 기온 상승에 따라 늦춰지는 개장일과 앞당겨지는 폐장일을 각각 계산해 나온 것이다. 개장일은 초기 제설(製雪) 조건을 고려해 일 최저기온이 영하 1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 폐장일은 일 최고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이고 강수가 발생하는 날로 잡았다.
실제로 이런 조건에 맞지 않으면 인공눈을 만들어 뿌려도 녹아버려 적당한 두께로 쌓기 힘들다.
기후변화는 이미 스키장 운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강설량이 점점 줄면서 대관령에 눈이 10㎝ 이상 쌓여있는 날은 1970년대 연 평균 62.1일에서 2000년대 48.5일로 줄었다. 양지리조트와 가까운 이천 역시 같은 기간 6.9일에서 0.4일로 감소했다.
통상 자연설을 이용할 경우 적설이 50∼100㎝는 돼야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으로본다. 부족한 눈은 인공설로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제설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허 교수 등은 "한국의 모든 스키리조트는 스키시즌 기간과 제설작업 조건이 불리해질 전망"이라며 "남부는 미래의 기술발달을 고려해도 스키산업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혹한' 잦은데 겨울은 짧아진다? = 세기말 스키시즌 감소에 대한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해 2050년께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든다는 'A1B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 것이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실과 가까운 시나리오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에서 2090년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1990년에 비해 4.3도 상승한다. 겨울은 당연히 짧아진다.
일 최저기온 0도 이하, 일 평균기온 5도 이하일 때 겨울이, 각각 0도와 5도를 넘으면 봄이 시작된다고 봤을 때 2090년대에는 지금보다 적게는 40일에서 많게는 100일 이상 겨울이 줄어든다.
서울의 겨울은 12월 하순에 시작해 2월 중순에 끝나면서 현재보다 한 달 반 이상 짧아진다. 산지를 제외한 남부지방과 동해안은 겨울이 아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겨울이 짧아지거나 아예 없어진다는 예상은 겨울철마다 '혹한'이 들이닥친 최근 몇 년 사이 느끼기에 언뜻 틀린 것처럼 보인다.
전문가들은 과거엔 잦았던 강추위가 드문드문 찾아오는 탓에 요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추위를 강하게 느낀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역대 최저기온 기록을 보면 50위 안에 2000년 이후는 단 하루도 없다. 수은주가 영하 19.2도까지 떨어진 1986년 1월5일이 가장 최근이지만 순위는 45위에 불과하다.
권원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과거 관측자료를 보면 특히 겨울철 기온이 굉장히 빨리 올라가고 있다"며 "10년 정도 주기로 기온이 오르내리는 자연변동성도 있어최근 몇 년 겨울 기온이 낮은 추세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