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솔로대첩 행사에서 여성 참가자들이 나타나지 않자 진행요원들이 구경 중이던 여성들에게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이진우 인턴기자

- 남자 500명에 여자 10명 참석
- '스펙남' 구애 공식 커플 탄생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짝을 찾아나선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행사인 이른바 '솔로대첩'이 24일 부산과 서울 등 전국 9곳에서 열렸다. 부산에서는 공식적으로 1호 커플이 탄생했으며, 달랑 남자 3명만 모습을 드러낸 제주 행사는 흥행에 참패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남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해 솔로대첩에 임하는 남녀 간의 자세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날 오후 3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만남의 광장. 매서운 한파에도 짝을 찾기 위한 남녀들이 모였다. 솔로대첩은 남자는 흰색, 여자는 빨간색 의상을 입고 광안리 백사장에 모여 서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원활한 운영을 도왔다. 자원봉사자 김명훈(25) 씨는 "비록 커플 만들기에 실패할지라도 마음만은 따뜻해져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 참가자에 비해 여자 참가자들이 턱없이 부족해 20여 분간 행사가 지연됐다. 500여 명의 남자가 모인 데 반해 여자는 10여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세요." 자원봉사자들은 그렇게 호소했다.

생소한 광경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자신을 '모태솔로'라고 소개하며 나타난 한 20대 남성이 즉석 기타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5, 4, 3, 2, 1." 자원봉사자의 신호가 끝나자마자 수백여 명의 남자들이 극히 드문 여자 참가자들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주최 측은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은 한 남자가 끊임없는 구애 끝에 여자 참가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1호 커플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 남자는 여자 참가자들 중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다가갔다며 자신을 '스펙남'이라고 소개하면서 구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솔로대첩은 행사 시작 10여 분 만에 종료됐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10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지만, 다행히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날 해운대해수욕장과 부산역에서도 솔로대첩이 열렸지만 소수 인원만 참가했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는 경찰 추산 3500여 명의 솔로부대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걸그룹 멤버, 개그맨 유민상 씨, 희귀병을 앓는 남자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남자 참가자들이 90%를 차지해 커플이 성사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런 가운데 제주 네이버후드호텔 앞에는 달랑 남자 3명만 나타난 데다 오히려 취재진이 참가자 수보다 더 많은 민망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호텔을 찾은 경찰도 허무하게 돌아갔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