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문을 연 부산 영도구 남항동 국제선용품유통센터는 부산항이 동북아시아 선용품산업을 주도하는 메카로 우뚝 서게 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적어도 항만업계의 시각은 그랬다. 그러나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이 센터는 사실상 규모만 큰 창고에 지나지 않았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사업비 329억 원을 투입해 5층 규모 선용품센터를 건립했지만,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입주율로 고전하고 있다. 선용품업체 50개가량이 입주할 수 있는 센터에는 달랑 17개 업체만이 입주해 냉기가 돌 정도다.
선용품센터는 부산 경남에 흩어져 있는 선용품업체들을 한곳에 모아 공동구매, 운송창구 일원화 등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부산항의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비싼 임대료가 발목을 잡았다. 일단 입주를 하면 다시 나오는 것도 부담이기 때문에 BPA에 입주 신청을 하고도 실제 입주를 미루는 업체들도 3곳이나 된다.
파행이 계속되자 BPA 측은 임대료를 25%가량 대폭 깎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국토해양부가 국유재산법을 변경, 센터 입주 시 임대료가 아닌 사용료 납부 개념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공동물류 전담 도매법인도 설립, 이른 시일 내 선용품센터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도 업체 반응은 시큰둥하다. 여전히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입주업체인 A사는 입주 전보다 배가량 많은 1500만 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일부 삭감되더라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입주를 고민 중이라는 B사 역시 공동물류로 인한 이득과 임대료 부담을 놓고 이해득실을 계산 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BPA는 새 집에 입주하는 업체들이 기존 집에 비교해 다소 과하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줄다리기가 장기화할수록 공동물류시스템 구축이 늦어지는 등 그 피해는 동북아 허브항을 지향하는 부산항에 돌아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서로를 탓하기 전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새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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