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롯데호텔부산에서 '국제신문 초청 부산영사의 밤' 행사가 열렸다. 국제도시 부산의 위상제고와 해외 각국과의 외교적 협력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의미있는 자리였다. 이에 본지는 부산의 명예영사들을 찾아 그들의 역할과 걸어온 삶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 전국구 오지여행 강사 인연

- 1998년 지인 추천으로 위촉

- 강의 때마다 엘살바도르 소개

- "커피·중남미 허브공항 유명

- 6·25때 구호품 보내주기도"

- 딸도 현지서 바이올린 공연

-'사라토미'로 불리며 큰 인기

스페인어로 '구세주'란 의미의 엘살바도르 부산명예영사는 오지여행가 도용복(71) 씨다. 골프공 제조업체인 (주)사라토가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고희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지금도 오지여행을 즐기고 있다. 지금까지 돌아본 국가는 150여 개국. 목표는 200개국이다. 현재 그는 나이지리아 콩고 카메룬 가봉 베냉 등 중앙아프리카 10개국 여행을 계획, 지난해 11월부터 추진 중이지만 만만치 않다. 그곳은 아직까지 식인종이 있는 등 여행위험국가여서 비자발급이 쉽지 않다. 현재 6개국 비자는 받았다. 나머지 4개국 비자만 받으면 출발할 계획이다.

그는 2003년 엘살바도르 부산명예영사가 됐다. 계기는 단 하나, 오지여행 덕분이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으로 거슬러가 보자.

경북 안동 출신인 그는 생활고로 부산에 내려와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했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백마부대 창설요원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1년이면 귀환하던 그 시절, 그는 19개월 동안 버티며 제법 목돈을 손에 쥐었다. 24세부터 목숨 걸고 시작한 사업은 다행히 술술 풀렸다. 술과 격무로 몸이 망가진 40대 초반, 문득 '돈의 노예'처럼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지기 시작했다. 당뇨 고혈압 등 30년 만에 고엽제 후유증이 나타난 시기도 이때쯤이었다.

해서, 그는 50세까지 열심히 일한 후 이후부턴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1년 중 300일은 일하고, 65일은 오지여행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50세가 되던 1993년부터 남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남미 아마존 등으로 오지여행을 떠났다.

영혼이 맑아지고 건강도 좋아졌지만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겼다. "아프가니스탄에선 지뢰를 밟아 죽을 뻔했고, 아프리카에선 집채만 한 코끼리떼의 습격을 받았지요. 남아공 케이프타운 빈민가에선 강도를 만났고, 남미 아마존에선 재규어의 습격을 받기도 했어요." 이후 그는 위험지역으로 떠날 땐 유서를 써놓고 떠났단다.

오지여행을 바탕으로 1998년 '남미·아프리카 기행1'을 펴내자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학교 등지에서 강연요청이 들어왔다. TV 출연도 잇따르며 전국구 오지여행 강사로 입지를 다졌다. 엘살바도르 부산명예영사 제의도 이때 들어왔다. 당시 도 회장의 강의를 들은 서울의 한 지인이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관에서 부산명예영사를 찾는다는 사실을 듣고 적극 추천했다는 것.

도 회장은 "당시 대사관 측은 부산에서 영사업무보다는 전국을 무대로 엘살바도르를 홍보해주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아마도 제가 적임자였던 것 같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도 명예영사는 지금까지 공식 비공식적으로 엘살바도르를 5번 다녀왔다. "인구 700만 명인 경상북도 면적과 비슷한 엘살바도르는 태평양과 인접해 있지요. 최고봉인 해발 2250m의 산타아나산은 활화산이어서 지금도 '태평양의 등대'로 불리지요. 화산지대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요. 수도 산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공항은 중남미의 허브공항이지요. 영화로 개봉됐던 로메로 대주교의 조국이며, 6·25 때 구호물품을 보내준 몇 안 되는 고마운 나라입니다."

현재 그는 '음악이 있는 세계문화기행'이란 주제로 1년 중 절반 이상을 전국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무려 28번을 했다. 항상 명예영사 배지를 달고 다니는 그는 강의 중엔 반드시 시간을 할애, 엘살바도르를 소개한다. 도 명예영사는 "엘살바도르와 부산은 아직 가시적 교류협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매년 열리는 부산관광전이나 투자설명회 땐 대사관과 함께 부스를 만들어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막내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도진미(36) 씨도 엘살바도르에선 제법 유명 인사다. 바이올린 하나만 달랑 들고 2006년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중남미로 여행을 떠난 그는 즉흥적인 거리공연과 장애인시설과 양로원 등지에서의 자선연주에 이은 봉사활동 등으로 차츰 유명세를 타 국영TV에도 출연했다. 현지에서 '사라토미'로 불리는 그는 현지 음악인과 팝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으로 이제는 거리에서 사인공세를 받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3년 전에는 KBS에서 '수요기획- 엘살바도르의 연인'에 소개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전녀전이다.

한편 도 명예영사는 현재 부산역 대합실에서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전 세계 오지를 여행하며 찍은 60점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워낙 반응이 좋아 이달 말까지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