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사엔 엘리베이터도 없어
- 약자 배려 없는 행정 눈총

부산 사하구청에 근무하는 지체장애 1급 A(27) 씨는 요즘 아침저녁마다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A 씨에게 출퇴근 거리가 만만찮은 탓이다. 집(경남 양산시 신기동)에서 구청(사하구 당리동)까지의 거리는 무려 33㎞가량. 출퇴근에만 2시간이 넘게 걸린다. 하루 교통비는 2만 원, 한 달이면 40만 원이 넘는다. 그나마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택시 요금의 35% 수준이다.

A 씨가 이처럼 전쟁 같은 출퇴근을 치르게 된 것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직원을 배려하지 않은 부산시의 행정편의주의적인 인사 때문. A 씨는 지난해 11월 부산시 지방공무원 공개채용에 사회복지직으로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장애인 신입 직원을 배치하면서 거주지 근무능력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인사를 했다. 신입 직원 총 9명을 성적 순으로 부산지역 9개 구·군에 각각 배치한 것이다.

이 때문에 A 씨는 집에서 가까운 금정구 동래구 등 희망 배치 지역 5곳을 제출했지만, 사하구청으로 발령이 나 지난 14일부터 출근하고 있다. A 씨는 "처음 사하구청 발령 통보를 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당장 집을 옮길 수도 없어 일단 두리발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불편한 점이 있지만 인사 규정에 따른 것이므로 불만은 없다. 하지만 구청 간 인사교류로 출퇴근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편한 몸을 이끌고 힘들게 출퇴근하는 A 씨를 지켜보는 동료들 사이에선 "근무지 배정에 장애인 우선 배려 규정이 없지만, 비장애인도 출퇴근이 어려운 거리에 배치한 것은 너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하구청사는 건물이 오래돼 엘리베이터가 없는 등 장애인 직원이 근무하기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A 씨의 사정을 뒤늦게 파악한 부산시와 사하구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경훈 사하구청장은 "A 씨가 불편하지 않도록 책상, 화장실 시설도 개선했지만 출퇴근이 가장 부담스러울 것이다. 시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100명이 넘는 신규 직원의 인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애로사항을 반영 못 하는 경우가 있고, 금정구 동래구 등은 채용 계획이 없어 A 씨가 사하구청에 배치됐다"며 "일선 구·군과 협의를 해 A 씨의 출퇴근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