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시 주민들이 지난 2월 국회에서 한전 측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국제신문DB

- 한전, 태양광밸리 등 제시
- 비대위 "지중화 먼저" 고수
- 내일 5차 토론회 관심 집중

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건설을 추진하는 한국전력공사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은 언제쯤 풀릴 수 있을까. 양측은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나 세부적인 방법에서는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한전과 송전탑 반대주민대책위원회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무역·에너지소위원회 조경태(민주통합당) 위원장의 중재로 국회에서 23일 5차 토론회를 갖는다. 그동안 열렸던 4차례의 토론회에 비해 5차 회동이 주목을 끄는 것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밀양 지역의 특수성을 인정해 별도 보상 확대방안을 한전에 지시하는 등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한전 측의 제시안에는 이전에 비해 크게 진전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7년여 끌어온 장기 갈등이 이를 계기로 조금씩 풀릴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산자부와 대책위는 23일 토론회 때까지 제시된 안에 대해 비공개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주요 내용은 지가 하락 보전, 송전선로 아래 토지(선하지) 보상 규모 확대, 마을 지원금 지급 등이다.

현재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보상 대상은 선하지와 선하지 좌우 3m 내 토지 및 지장물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마 새로 나온 보상 방안에는 기존보다 범위가 확대되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또 송전선로 아래에는 태양광밸리 등을 조성하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시설이 설치되면 자신의 토지를 제공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임대료를 받게 돼, 이럴 경우 송전선로 설치로 인한 지가하락을 어느 정도 보전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방안은 한전 측이 주민들의 지가하락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규모 등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마을지원금을 매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대책위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주민들은 보상에 관심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보상보다는 송전선로 지중화 대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중화에 대해서는 양측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책위의 요구에 대해 한전은 765㎸ 지중화는 세계적으로 관련 기술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345㎸로 전압을 변환해 지중화할 수도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단장면과 부북면에 변전소 2곳을 추가 건설해야 하고, 공사기간(12년 정도)과 공사비(2조7000억여 원)도 과다하게 소요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함양∼울산 고속도로와 병행한 지중화 방안과 관련해서도 병행 가능구간 15㎞ 가운데 12㎞가 터널과 교량으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기술 면에서도 곤란하다고 한전 측은 덧붙였다.

그러나 대책위 관계자는 "양측이 일정 비율로 전문가를 위촉한 뒤 국회 무역·에너지소위원회가 주관해 기술적 검토를 하면 송전선로 지중화 길을 얼마든지 열 수 있다"며 "한전 측은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가능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밀양시 5개면 주민대표위원회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대정부건의문 요구사항인 송전선로 주변지역 지원사업 입법화를 추진하고 이미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협의를 해야한다"고 산자부와 한전 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을 주장했다. 또 대책위에 대해서도 "5개면 주민은 협상을 통해 민원이 해결되기를 원한다"며 빠른 시일 내 타협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전은 오는 7월 말 시운전을 앞둔 울주군 신고리 3호기 건설에 맞춰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창녕군에 있는 북경남 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해 90.5㎞에 걸쳐 765㎸ 송전탑 161개를 건설하고 있다. 밀양에 들어설 송전탑 69개 가운데 52개는 주민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