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책임감과 신속한 판단이 대형 사고를 막았다.

지난 11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40대 남자가 동거인과 싸움을 벌인 뒤 LP가스에 불을 붙여 폭발시키는 바람에 경찰관 7명이 크고 작은 화상을 입었다.

맨 앞에서 진압에 나선 50대 후반의 한 경찰관은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고 서울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에 불을 붙여 폭발시키겠다'고 위협하는 전화를 받은 이 경찰은 전화를 건남자의 오토바이 점포에 도착했을 때 비릿한 가스냄새가 진동했다.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경찰은 한시라도 빨리 신병을 확보하고 가스 누출을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에 잠긴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가스에 질식했는지 쓰러져 있던 이 남자를 일으켜세우고 나오려는 순간 라이터 켜지는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불길이 치솟았다.

강제로 점포 문을 열어놓아 가스가 어느 정도 빠져나갔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형 참사가 빚어질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찰은 이날 진압 과정과 관련, "어떻게든 폭발을 막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강제로 문을 열고 진압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만약 진압이 늦어져 밀폐된 공간에서 LP가스가 폭발했다면 건물이 붕괴되거나 인근 주민들이 다치는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신속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아무런 안전대책없이 경찰관들을 위험천만한 현장에 들여보낸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동거녀와 싸움 끝에 벌인 자살 소동이지만 LP가스를 폭발시키겠다는, 사실상의 '협박'이었던 만큼 폭파협박 범죄로 간주해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물론 이번 경우에 주변 통제, 현장 수색, 검거 등 폭파협박 사건에 준하는 절차대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으나 경찰관들이 방화복 등 안전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사지(死地)로 뛰어든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근에서 소방차가 현장으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가스 폭발 현장 경험이 많은 소방관들의 도움을 받아 진압작전을 벌였더라도 그리 늦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위험물질을 이용한 범죄에 대비해 경찰관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비를 충분히 갖추고 가상 훈련을 실시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