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인 중구 광복동에 수년째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호텔과 상점이 있어 이 일대가 청소년 범죄나 성범죄를 유발하는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22일 오후 부산 중구 패션거리에 있는 로얄관광호텔 주변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건물은 썩은 나무문으로 막혀 있고, 곳곳에는 시민이 버리고 간 쓰레기봉투가 널브러져 있었다. 주변 폐공가 건물 앞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채 악취를 심하게 풍겼다.

로얄관광호텔 인근에 사는 강모(62) 씨는 "최근 호텔 뒤편 폐공가 쪽으로 여학생 몇 명이 들어가 한 학생을 괴롭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경찰이 순찰을 돌지 않는 시간에 어린 학생들이 몰래 담배를 피우러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로얄관광호텔은 1982년 16층 100개의 객실로 지어진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자회견 장소로 활용되는 등 광복동을 대표하는 호텔로 자리 잡았다. 2005년 태석호텔에 인수된 이후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이유로 올해 초까지 휴업을 신청해왔지만, 현재 내부 수리가 중단되면서 호텔은 도심 속 우범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구 관계자는 "구청에서도 호텔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지만 호텔은 개인 소유 재산이어서 행정 지도하기가 쉽지 않다"며 "매년 수천만 원에 가까운 세금도 착실히 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로얄관광호텔 인근을 우범지대로 지정해 순찰을 강화하고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는 등 범죄 예방에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