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강변·낙동대로에는 각종 교통사고가 빈번하지만 방범용 CCTV가 한 대도 없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교통사고가 잦은 부산 사상구 강변·낙동대로에 방범용 CC(폐쇄회로)TV가 전혀 없어 경찰과 피해자들이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돌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운전자는 "경찰이 증거도 없이 자신을 가해자로 내몬다"며 검찰에 고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퀵서비스업을 하는 김모(60) 씨는 "지난 3월 26일 오전 9시20분께 사상구 삼락동 K모텔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낙동대로에 진입했다. 순간 구포 쪽에서 달려온 1t 화물차가 뒤에서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고 16일 주장했다. 김 씨는 아랫니 11개를 빼내고 28일간 병원치료를 받는 중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내가 피해자인데도 경찰이 신호위반을 했다며 가해자로 몰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사상경찰서 교통사고 조사 담당관은 "신호위반을 정확히 본 목격자가 있다. 사정이 딱하지만 김 씨 말은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부산경찰청에 수사 이의신청을 하는 한편 담당 경찰관을 검찰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녹화 가능한 CCTV 부족으로 경찰도 애를 먹고 있다. 지난달 28일 새벽 삼락램프 인근에서 보호관찰 중이던 이모(18) 군이 교통사고로 숨졌지만 경찰은 피의자 신원을 파악하는 데 사흘이나 보냈다. 사고 시간대 대동IC를 통과한 차량 1200대를 추적한 뒤에야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에는 총 2279대의 방범용 CCTV가 있다. 그러나 사상구를 관통하는 강변·낙동대로에는 1대도 없다. 차량 판독용 CCTV는 강서구와 기장군 등 외곽지역에만 38대가 있다. 과속 단속카메라는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차량이 규정 속도를 어길 때만 촬영하기 때문에 김 씨와 유사한 분쟁이 발생하면 제 역할을 못 한다.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서라도 방범용 CCTV 설치가 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석 사상서 교통사고조사계장은 "지난해 강변·낙동대로 무단횡단으로 2건의 교통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벌써 2명이 같은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며 "주요 교차로마다 CCTV가 1대씩 설치된다면 좋겠지만, 각 대로에 1대만 있더라도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학교 주변 등 강력사건 우려가 큰 곳에 먼저 CCTV를 설치하기 때문에 대로변 설치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대를 다는 데 1000만 원이 넘는 돈이 든다. 민원이 많은 만큼 사상구청과 협의해 설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