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어린이집 등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에 대한 특별단속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 처음으로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어린이집 원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상경찰서는 18일 보육교사에게 지급한 국고보조금을 다시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쓴 혐의(영·유아보육법 위반)로 어린이집 원장 김모(여·58)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3월 초부터 지난 4월 초까지 보육교사 4명에게 매월 10만 원에서 50만 원을 현금과 차명계좌로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1500만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원장은 부산진구와 경남 김해시 등 2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원장은 이들 교사에게 국고보조금으로 월급 120만 원을 지급해 놓고 조기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했다는 이유로 월급의 일부를 돌려받았다. 영·유아보육법 54조 2항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거나 유용한 자는 처벌받게 돼 있다.

하지만 관련 법 지식이 없는 교사들은 월급이 부당하게 떼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교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원장 말대로 근로계약에서 정해진 8시간을 근무해야 120만 원의 월급을 모두 받는 줄 알았다. 때문에 2, 3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하면 돈을 돌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렇게 돈을 빼돌리고도 구청에는 120만 원의 월급을 지급한 명세서를 제출해 보조금 유용사실을 숨겼다.

경찰은 이 같은 일이 부산지역 어린이집에 만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대료와 교사월급 등을 지급하면 실제 수익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당수 어린이집 원장이 보조금을 횡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