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 사하구청 공식 흡연구역인 본관 뒤편 그늘 쉼터는 애연가들이 피워대는 담배 연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청사 출입구에서 5m도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서 10여 명이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는 구청 직원들의 불만도 고조됐다.

한 직원은 "정부의 에너지 대책을 따르느라 청사가 찜질방 같은데 담배 연기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해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1일부터 개정 건강증진법이 시행됐지만 단속을 맡고 있는 구청사가 오히려 규정에 맞지 않는 흡연구역을 운영하고 있어 민원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개정 건강증진법에서 공공기관은 건물 내부(옥상 포함)는 물론 주차장·광장 등 부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고, 실외의 경우 자연 환기가 되는 곳에 화단이나 바람막이 등의 시설물로 경계를 짓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청에서 '청사 외부에 흡연구역을 지정하면 흡연이 가능하다'고 잘못 이해하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 유모(48) 씨는 "구청이 외부 기관에는 엄격하게 금연구역 단속을 하면서 자기들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며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속에만 급급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사하구뿐 아니라 대부분의 구청도 마찬가지다. 사상구도 건물 4층 야외 테라스에 재떨이를 구비해 흡연구역으로 이용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고 있고, 대부분의 구청에서 청사 외부 흡연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인 데다 각 구의 보건소가 금연 정책을 담당하다 보니 청사까지 신경을 못 쓴 것 같다"며 "시민에게 모범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