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 알프스'에서 조난돼 변을 당한 등산객 가족과 동료 산악회원, 소속 여행사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비통한 가족
30일 새벽 일본에서 전해온 비보에 등산객 가족들은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수시로 산악회와 여행사 등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하는 등 온종일 생사여부를 애타게 기다렸다.
최고령자로 사망한 박문수(78) 씨의 아들(42)은 "잘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평소처럼 밝은 표정으로 집을 나섰는데 더는 웃는 모습을 볼 수 없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지난해를 비롯해 일본 산행만 세 번째였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테랑인데"…침통한 산악회
이근수(72) 씨와 20년 넘게 산악회 활동을 함께 한 김모(50) 씨는 아직 이 씨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3000m는 거뜬하게 올랐는데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씨와 박문수 씨 등은 산악회에서 최고령층에 속하지만 누구보다 활력이 넘쳤다.
배석인 산악회 회장은 "산악회 차원이 아닌 회원끼리 계획한 산행이라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다"면서도 "산악회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행사 사태 수습 분주
항공 업무를 담당했던 동구 초량동의 H여행사도 사고소식에 놀란 것은 매한가지였다. 여행사 김모(59) 대표는 "지난해 방문한 코스를 또다시 가는 전문 산악인이기 때문에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회원들이 주장했다"며 "전문가이드와 동행할 것을 권유했지만 비용만 든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유족들은 여행사를 찾아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들어 여행사에 항공권 제공을 요구했고 여행사는 한 집당 2명에게 항공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족은 31일과 다음달 1일에 걸쳐 일본 현지로 출국할 예정이다. 등산객들은 1억 원의 여행자 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