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부업계 2위 업체의 직원이 채권추심 실적에 눈이 멀어 공문서를 위조하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 과정에서 행정기관은 위조된 사본 문서만 보고 수십여 명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해 줘 문서관리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12일 우편을 통해 반송돼 온 채무자의 내용증명서(최고장)를 위조한 뒤 이를 이용해 주민자치센터 5곳으로부터 76명의 '주민등록초본'을 부정 발급받아 채권추심에 사용한 혐의(공문서 위조 등)로 A 대부업체 직원 김모(38) 씨와 대표이사 변모(44)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대부업체가 채권회수를 위해 보냈으나 반송돼 온 최고장을 대부업체 측이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악용했다. 대부업체 직원인 김 씨는 반송돼 온 최고장 가운데 일부를 골라 우체국 발송도장과 등기번호를 오려낸 뒤 다른 종이에 복사하는 수법으로 또 다른 사람의 위조 최고장을 만들었다.

범행은 지난해 2월부터 15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김 씨는 위조한 최고장 서류를 부산진구 내 동주민자치센터 5곳(연지, 부전1, 당감1, 부암1, 부암3)에 직접 제출해 주민등록초본을 부정 발급받았다.

채무자들 가운데 이사나 주소불명으로 직접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주민등록초본을 보면 현재 주소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위조된 최고장을 통해 김 씨는 손쉽게 채권 추심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김 씨가 발급받은 주민등록초본은 76매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실무를 잘 모르는 신입직원들을 이용, 위조 문서를 동주민센터에 제출하고 채무자의 주민등록초본을 받아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주민센터 직원은 위조 문서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가 발급받은 주민등록초본 76매는 모두 이 같은 수법으로 부정 발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최고장 원본이 아닌 사본만 제시해도 공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손쉽게 범행을 저질렀다"며 "회사 측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엄중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러한 수법의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