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수·와인·사과상자 동원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이 원전 납품 업체와 금품을 주고 받는 수법이 너무 대담해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납품 편의제공 대가로 10억 원을 받아 챙긴 한수원 송모(48) 부장은 파견 근무 중인 한국전력 본사 1층 로비와 회사 앞 길가에서 현금 다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장은 지난해 2, 3월 현대중공업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 1093억 원 상당의 전력용 변압기를 납품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현대중공업 손모(48) 부장 등으로부터 5만 원권 7억 원을 받았다. 송 부장은 지난해 2월 초 자택 근처 커피숍에서 2억 원을 받은 뒤 2월 말 한전 로비 본사 1층에서 2억 원을, 회사 앞 길가에서 나머지 3억 원을 건네받았다. 송 부장은 또 현대중공업이 UAE 원전에 1127억 원 상당의 비상용 디젤 발전기 등을 납품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10억 원을 받기로 하고 실제 3억 원을 받았다.

원전 용수처리 업체인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납품 편의 대가로 1억3000만 원을 받은 김종신(67) 전 한수원 사장은 서울 성동구 모 식당에서 생수와 와인상자에 든 돈을 건네 받았다. 김 전 사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5차례에 걸쳐 한국정수공업 이모(75)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고리 2발전소 배수로, 취수구 등에 특수 바닥판 설치 편의를 제공한 한수원 김모(46) 전 부장은 해당 업체 직원에게 사과상자에 든 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선이 몰리는 곳에서 거액의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한수원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6일 압수수색(본지 지난 17일 자 5면 보도)한 LS전선이 원전에 제어 케이블 등을 납품하면서 경쟁업체와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포착하고 회사 고위층 개입 여부를 수사 중이다. 원전비리 수사와 관련해 가격담합 혐의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