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가족에게 연락할 때 사용하는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가 '진짜사나이'를 두 번 울리고 있다. 스팸이나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번호와 비슷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탓이다.

지난 6월 외동아들을 군에 보낸 김경자(여·50·부산진구 개금동) 씨는 아들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렸다. 하지만 아들은 육군훈련소에 입소하고 난 뒤 무소식이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정작 아들은 훈련소에서 어머니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오히려 무척 섭섭했다.

자초지종은 아들이 배치를 받고 난 뒤 밝혀졌다. 김 씨는 아들의 수신자 부담 전화 발신번호 '090-1633'을 보고는 스팸전화라고 생각해 받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군인의 가족이나 연인이 육군훈련소 등에서 걸려온 전화를 스팸전화라고 오해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육군훈련소 부모님/곰신게시판에도 이러한 내용이 올라와 있다. 한 아버지는 "최근 이상한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받지 않았다. 만약 아들이 맞다면 얼마나 서운했을지 마음이 상한다"며 "이왕이면 (훈련소를) 확인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 갯수가 많다 보니 혹시나 아들 전화를 놓칠세라 걸려오는 모든 번호를 저장해 놓는 사람도 있다.

올해 초 제대한 이모(24) 씨는 "논산훈련소에 있을 때 훈련병 15명이 30분 만에 통화를 끝내야 했다. 한 사람 통화시간은 3분 정도에 불과하다"며 "가족이나 여자친구가 이상한 번호라고 받지 않으면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육군훈련소 관계자는 "훈련소 전화번호를 광고·보이스피싱 전화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부모님들에게 문서를 통해 수신자 부담 발신번호와 구별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