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원개발 장복만 회장이 22일 부산 동구 범일동 집무실에서 교육사업에 투자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지역한계 탈피 기술인력 양성위해
- 양산대를 동원과기대로 교명 변경

- 사재로 학교 신축 우수교사 초빙
- 동원중·고 상위5% 명문교 만들 것

-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정책
- 성장 바탕인 주택건설 치중 탈피
- 골프장·의료산업 등 다각화 모색
- 신규투자 막는 법적 제약 없애야

고급 가구와 각종 상패, 기념품, 고가 미술품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각종 서류와 조형물, 건축물 모형, 신문 기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22일 오후 찾은 부산 동구 범일동 썬오피스텔 8층 (주)동원개발 장복만(71) 회장실의 풍경이다. 체면보다는 실용과 실무를 중시하는 장 회장을 느낄 수 있었다.

동원개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공능력평가액 부산 2위를 기록했다. 전국 순위는 10계단 상승했다. 시공능력평가액은 지난해보다 1300억 원가량 많은 5040억 원에 달했다. 부산 1위는 한진중공업이어서 사실상 토종기업으로는 1위나 다름없다. 부산을 대표하는 건설사가 최근 교육과 레저, 수산,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레저산업 진출이 먼저 눈에 띈다. 동원개발은 경남 통영시와 양산시, 부산 기장군에 대중골프장(퍼블릭) 건설을 추진 중이다. 통영과 양산 골프장은 실시설계승인을 받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부산 기장군은 지난 21일 사업시행자로 지정돼 실시설계안을 1년 안에 제출할 계획이다.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97만6130㎡ 부지에 들어서는 골프장은 10월께 착공할 예정이다. 미륵도 관광특구 내에 위치해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와 해양스포츠센터, 마리나시설 등과 연계된다. 양산 골프장은 어곡동 경남외고 인근 94만3980㎡ 부지에 18홀 규모로 설계했다. 기장군 만화리에 들어설 기장 골프장은 9홀 규모다.

장 회장은 "주택건설업이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기존 아파트 건설에 안주해서는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다.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 주택에 대해 "한옥주택, 전원주택, 땅콩주택, 쉐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택 유형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훼손 논란을 의식한 듯 고용 창출론을 내세웠다. 장 회장은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복지 확대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고용 확대가 중요하다. 지역민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지역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해 지역 고용을 늘리는 데 일조하겠다. 최근 골프장에는 친환경적인 운영 방법이 많아 주민이 걱정하는 환경 훼손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동원개발이 시공능력평가액을 높게 받은 것은 주택사업을 활발히 전개했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부산권에 동원개발이 시공한 아파트에 70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앞으로는 수도권과 양산, 부산에 5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이 남아 있을 뿐이다. 장 회장은 "이제 더 이상 아파트를 지을 곳이 없을 정도다. 국토의 75%나 되는 산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장 회장은 교육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일 기존의 양산대학을 동원과학기술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하면서 학교를 이공계열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대학 이사장인 장 회장은 "부산·울산 지역에서 유일하게 항공정비과를 신설하는 등 학교를 공업기술인력 배출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교명을 변경한 것은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업기술인력이 많이 배출돼야 국가 산업이 튼튼해지고 고용 창출도 배가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직접 건설업체를 경영하면서 젊은 기술기능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는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를 양성하려는 교육기관의 의지도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동원중·고를 신축해 올해 경남교육상을 받은 장 회장은 이를 지역 최고의 명문학교로 키우려는 꿈을 갖고 있다.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이 학교는 양측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정도로 풍광이 우수하고, 시설 또한 전국 최고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사재 수백억 원을 들여 학교를 신축 이전한 그는 "혈연과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교사를 초빙하고 있으며, 그에 맞는 대우를 하고 있다. 50대 초반의 열정적인 교사를 교장과 교감으로 앉혔다. 교감은 아이들과 기숙사에서 같이 살면서 생활과 공부를 책임지고 있다. 독신 교사를 위해 사택도 마련했다. 11명의 교사가 숙소에 머물고 있으며 올해는 이를 15명이 기거할 수 있도록 확장한다"고 말했다.

동원중·고는 지난해 서울지역 대학에 30여 명의 학생을 보내는 등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올해는 이른바 명문대학교에 18명가량을 보낼 수 있다고 귀뜸했다. 장 회장은 "통영시민에게 약속했다. 동원중·고를 전국 상위 5% 안에 드는 명문학교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교육은 그 특성상 성과를 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조급하게 추진하지 않고 하나씩 발전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지역에도 학교를 세울 계획이다. 장 회장은 "내가 주로 사업하고 성공한 부산지역에 보답하는 길은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라 믿는다. 세계적인 과학기술인재를 길러낼 과학영재학교를 운영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의 법은 이를 제약하는 요건이 많아 안타깝다. 정부와 정치권이 과학기술인재 양성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정비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과학영재는 국가와 지자체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개인이 사립학교를 세워 운영하기에는 운영비 지원 등이 거의 없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의료사업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부산은 입지에서 의료휴양도시로 발전하기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장 회장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기후와 공항, 관광지 등을 갖추고 있어 중국과 동남아 국민을 상대로 의료휴양사업을 펼치기에 좋다. 동원과학기술대학에 간호과 정원을 늘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기득권 세력에 발묶여 신규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장복만 회장은 누구

- 1975년 동원개발 세워…부산경남 4만여 가구 공급
- 고향 통영에 남다른 애착, 사회사업도 활발히 참여

1942년 경남 통영 출생인 장복만 (주)동원개발 회장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현재 운영 중인 동원고는 과거 통영상고로 그가 다녔던 학교이기도 하다.

고향 사랑은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 그 역시 통영시에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사재 500억 원을 들여 폐교 위기에 몰렸던 통영 동원중·고를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학교로 거듭나게 했다. 850억 원을 들여 통영 미륵도에 18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건립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통영시민의 날 문화상을 받았다. 올해는 경남교육상을 받았다.

장 회장은 1975년 동원개발을 설립해 부산을 대표하는 종합건설사로 키웠다. 현존 기업 중 지역 주택건설면허 1호인 동원개발은 그동안 부산·경남에만 아파트 4만 가구가량을 공급했다. 1986년부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산지회 초대 및 2대 회장을 역임했다. 2000년에는 부산지역 종합건설사를 대표하는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장에 선출됐다. 주택사업에 기여한 공로로 1995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아대 법학과를 중퇴한 그는 건설사업은 번창했으나 평소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한다. 이런 아쉬움이 그가 교육사업에 남다른 공을 들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부산을 대표하는 건설인으로 사회사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최근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저소득층 주거환경 강화 프로그램인 호프사업에 재원을 기부했다. 또 노후 공부방 시설 개선에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38년을 앞만 보고 달려온 그도 이제 칠순을 넘었다. 후계 구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동원개발은 계열사만 9개에 달한다. 중·고교와 대학 등 교육법인까지 포함하면 10개가 훌쩍 넘는다. 장 회장은 대학과 건설업은 장남인 호익 씨에게, 금융업은 차남인 재익 씨에게, 수산업과 레저업은 막내 아들인 창익 씨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장남인 호익 씨는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총장인 동시에 동원개발 부사장이다. 동원통영수산 대표인 창익 씨는 최근 장 회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골프장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