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동구 수정동 한 주차장에서 마을기업 (주)희망나눔세차에 참여하는 쪽방촌 주민들이 세차 연습을 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동구 수정동서 3명으로 시작
- "새출발 할 희망 찾아"

부산에서 전국 최초로 쪽방촌 주민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마을기업(본지 지난 달 3일 자 9면 보도)이 꾸려졌다. 이번 사업이 쪽방촌 주민들의 자활을 위한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쪽방촌 거주자들은 매사에 삶의 의욕을 잃고 시키는 일조차 귀찮게 여기는 터라 스스로 발 벗고 나서 마을기업을 구성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다.

28일 오후 동구 수정동 쪽방 상담소 희망나눔터 인근 주차장. 부산시가 지원하는 쪽방촌 마을기업 (주)희망나눔세차에 참여한 3명의 팀원이 쌀쌀한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세차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배운 지 얼마 안 돼 서툰 솜씨였지만 최선을 다해 세차용 장비를 다뤘고, 10여 분 만에 차는 새 차처럼 깨끗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부산시는 30일 전국 최초 쪽방촌 마을기업인 (주)희망나눔세차의 출범식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다음 달 14일에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도 현장을 찾아 세차 체험을 하고 이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사업에 참여하면서 참가자들은 쪽방 생활을 벗어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박모(54) 씨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다니던 건설회사가 부도나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지냈다. 이번 달 초부터 동구 쪽방촌에 거주하면서 세차사업에 대해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 박 씨는 "1주일 정도 세차하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며 "나름의 기술이 생기면 동료들과 새로 세차 사업체를 꾸려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조모(51)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조 씨는 "10년 전 부인과 이혼한 후 가족과 소식을 끊고 혼자서 지내왔다"며 "이 사업을 통해 사정이 나아지고 돈을 벌게 되면 가족들을 찾아 함께 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희망나눔세차에 시는 올해 5000만 원, 내년에 3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또 한국전력 부산본부와 협약(MOU)을 맺어 본부의 공용 및 직원 차량에 대한 세차를 맡길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사, 공단 및 지역 사회공헌 기업체를 대상으로 마을 기업에 대한 홍보와 판로를 지원한다.

동구 쪽방상담소 희망나눔터 안하원 원장은 "현재는 3명으로 구성된 한 팀밖에 없지만, 사업이 활성화되면 기존 참가자들을 팀장으로 하는 새로운 팀을 계속해서 만들어 갈 것"이라며 "쪽방촌 거주자라면 여성뿐만 아니라 노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활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