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사건 20차 공판에서는 김근래 피고인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하남시민 등 1만1천여명의 개인정보 자료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 간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RO조직과 관련 있는 자료로 보는 반면 변호인단은 선거 때 활용할 자료일 뿐이라고 맞섰다.

16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계속된 공판에서는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인 김 피고인의 자택 압수수색과 디지털 증거자료 분석을 맡은국정원 이모 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수사관은 "외장 하드에 이석기 피고인 지지자와 공공단체, 교육기관, 아파트단지별 주민 등의 이름, 주소, 연락처, 가족관계 등이 들어 있었다"며 "민방위나 예비군 등 전시 비상소집 내용도 있어 민감한 자료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단은 그러나 "선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인명부"라며 "공안기관의 상상력이 이 사건을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피고인의 플로피디스크에서 발견된 'URO 관련 문건'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URO'는 공안당국이 '통합(Union) RO' 정도로 해석한 RO 조직의 진화된 조직체계를 뜻한다.

이 수사관은 "URO 문건에는 '결정적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 '이 시기 최우선 전략은 정치권력 장악', '통일된 지휘체계 아래 R(혁명)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주체사상을 기본 이념으로 조직 강령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문건이 작성된 2003년은 RO를 조직도 하지 않은 시기이며 이석기 피고인은 민혁당 사건으로 수감돼 있었다"며 "김 피고인이 RO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조직보위 방침에 따라 암호화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것이 이치에 맞느냐"고 추궁했다.

재판부는 이 수사관의 수사보고서 등에 대한 증거채택 여부는 추후에 검토하기로 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정인인 김모씨 등의 증언을 토대로 이석기 피고인의 주거지로 알려진 서울시 마포구 오피스텔의 실제 거주자가 누구인지를 놓고도 공방을 계속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이전에도 이 피고인의 모습이 CCTV에 찍힌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주자는 이 피고인"이라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단은 "남성 1명의 DNA만 나왔지 누구의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오피스텔 소유자는 이 피고인의 비서관"이라고 맞섰다.

국정원은 지난 8월 28일 이 오피스텔에서 암호화 프로그램이 100차례 가까이 실행된 흔적이 남은 노트북과 USB, 휴대전화 등 전자저장매체 20여 점을 압수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