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등이 관련된 내란음모 사건의 제25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제보자가 녹음한 음성파일의 조작 가능성을 두고 다시 한번 공방을 벌였다.

24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서울의 한 대학 컴퓨터공학과 부교수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등 재판에 참여해 북한에서 촬영된 것이라며 국가정보원이 증거로 제출한 사진이 실제로는 중국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등 수사기관의 디지털포렌식 결과에 대한 검증을 수차례 진행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수사기록 가운데 녹음파일에 대한 해시값 확인서 일부에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해시값이란 복사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암호같은 수치로 수사과정에서 '디지털 증거의 지문'으로 통한다.

그는 "디지털파일은 원본과 사본의 구별이 어렵고 쉽게 조작할 수 있는데 음성파일도 마찬가지"라며 "더욱이 원본이더라도 충격이 가해지면 파일이 변질될 수 있어 반드시 해시값을 확보하고 그 시점을 기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지난 17일 21차 공판에서도 녹음파일의 조작 가능성을 두고 충돌했다.

당시 증인으로 나온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성감정인들은 음성파일은 일반적 디지털파일과 달리 파형과 주파수를 분석하면 조작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어 굳이 해시값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이어 김씨가 조작한 음성파일을 법정에서 직접 틀며 제보자의 녹음파일 역시 조작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음성파일을 조작할 수는 있지만 음성감정인들의 증언에서 확인했듯이 검증을 통과할 만큼 정교한 조작은 불가능하고 변호인단이 시연한 음성파일 역시 파형분석 등을 통해 조작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김씨가 디지털포렌식과 음성분석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점을 들어 컴퓨터시스템 엔지니어일 뿐 디지털포렌식이나 음성분석 전문가가 아닌 김씨의 증언은신빙성이 없다고 맞섰다.

김씨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 의원의 보좌관 고모씨에 대한 신문에서는 이 의원이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와 관계없는 군사 자료를 국방부에 요청한 이유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5차 공판에서 국방부 기획관리실 직원과 민간 군사전문가의증언을 토대로 지난해 6건, 올해 21건 등 이 의원이 2년 동안 국방부에 요청해 제출받은 27건의 자료는 공개될 경우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자신이 속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 위원회와 상관없는 민감한 군사 자료를 요청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몰아붙였다.

고씨는 그러나 "기밀자료는 국방부가 제출을 거부해 받지 못했고 이에 대해 추가로 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청한 자료 대부분은 상임위 소관기관 국정감사 자료이고 그렇지 않은 자료는 이 의원이 남북관계 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요구했다"며 "의정활동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쓰인 자료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장인상을 당한 한동근 피고인의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장례가 끝날 때까지 구속집행을 정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