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화학제품 운반선과 화물선의 충돌(본지 지난 30일 1·8면 보도) 사고 원인이 양측의 부주의로 좁혀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항만 관제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해양경찰서는 30일 화학제품 운반선 마리타임 메이지호(2만9211t)와 화물선 그래비티 하이웨이호(5만5000t)가 충돌 전 교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그래비티 하이웨이호의 항해 기록기와 해양프로타(GPS 장비)를 분석한 결과 마리타임호를 호출한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29일 그래비티 하이웨이호의 선장 윤모(66) 씨는 "선수 쪽에서 접근하는 케미컬 운반선을 보고 충돌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해상 선박의 주요 교신수단인 VHF 무선전화기로 수차례 케미컬 운반선을 호출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해경은 이날 사고가 그래비티 하이웨이호가 소형 선박 2척을 발견하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피하다가 마리타임 메이지호를 들이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두 선박 간 교신이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해사안전법 위반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부산항 관제구역 밖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부산항 관제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고 지점인 태종대 남동방 9.2마일 지점은 관제구역에서 4마일 벗어나 있다. 그럼에도 유조선·화학제품 운반선 등 위험도가 높은 선박은 관제구역 밖으로 통항하는 경우가 잦다. 반면 관제구역은 부산해양항만청 북항관제실이 입출항 항로와 정박지를 중심으로 정밀 관제를 펼쳐 해상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부산해양항만청 관계자는 "부산항 관제구역을 확대하면 선박충돌 해양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