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부산 동구 수정동의 마을기업인 희망나눔세차 직원들이 고객의 차량을 깨끗이 닦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일자리 얻은 쪽방 가장들
- 자신감 가득… 창업도 꿈꿔
- 8년 만에 딸과 연락하기도
- 곧 실내세차 작업실도 마련

전국 최초로 쪽방촌 주민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안전행정부 지정 마을기업 '희망나눔세차'(본지 지난해 10월 29일 자 10면 보도)가 쪽방촌 주민들의 성공적인 자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일 오후 부산 동구 수정동의 한 빌딩 앞. 연두색 조끼를 입은 쪽방촌 주민 2명과 자원봉사자 1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세차를 하고 있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작업에 힘들 법도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시승용 차량 구석구석을 세차 기계를 이용해 닦았다. 쪽방촌 주민 조모(51) 씨는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가족을 만날 용기를 갖게 됐다"며 "지난달 두 번째 월급을 받고 나서 8년 만에 가족을 찾아봤다. 지금은 딸들의 전화번호까지 알게 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출범한 이 사업에 참가한 쪽방 주민 대부분은 가족과 헤어지고 쪽방 등에서 혼자 지내 왔다. 가족이 있지만, 자신의 처지가 여의치 않아 먼저 연락을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의욕이 없어 일자리를 찾을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들은 세차 기술을 익혀 자신들만의 사업도 시작해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처지가 나아지면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 됐다.

처음에는 사무실도 없이 쪽방 거주민 2명과 자원봉사자 한 명이 차를 타고 현장으로 찾아가는 이동식 세차만 진행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실내 세차를 위한 작업공간까지 열게 된다. 세차 수요가 많아 이달과 오는 3월 각각 3명씩 직원을 더 뽑아 세차팀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하루 평균 차량 8대를 세차하고 있다.

부산 사회적기업센터 임경수 팀장은 "서구나 부산진구 등 어려운 주민이 많은 곳에 추가로 마을기업을 세울 계획"이라며 "이러한 마을사업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신감을 키워 주는 것은 물론 이 분들이 가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