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부정 '토익 선수'의 옷에 부착된 영상전송장치. 확대
부산경찰청 제공
토익(TOEIC) 부정행위가 또 적발됐다. 이번에는 무선 영상 송·수신장치를 이용한 것으로, 부정행위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일 무선 영상 송수신기를 이용해 토익 시험 부정행위를 알선한 혐의(업무방해)로 정모(33)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자신의 답안을 유출한 이모(31) 씨와 돈을 주고 부정시험을 치른 대학생 김모(25) 씨 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된 부정행위에는 가장 진화한 수법이 등장했다. 멀쩡한 팔에 깁스를 하고 그 안에 스마트폰을 숨겨 답안을 외부로 유출한 수법(�본지 지난해 11월 5일 자 1·8면 보도�)은 '고전'에 가까울 정도다.
경찰에 따르면 전기학을 전공한 주범 정 씨는 초소형 무선 영상 송수신 장치를 직접 만들었다. 예전에 이뤄진 부정행위 수법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야 해 쉽게 적발될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정 씨가 개발한 장치는 렌즈의 크기가 2㎜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아 쉽게 눈에 띄지 않을 뿐 아니라 시험을 치르는 장면을 실시간 영상으로 전송받을 수 있다. 정 씨는 일명 '선수'로 불리는 토익 고득점자 이 씨의 패딩 점퍼 옷깃에 무선 송수신기를 넣고 문제를 풀게 했다. 이 씨의 답안지는 고스란히 고사장 밖에 있던 정 씨의 차량 내 모니터로 전송됐고, 정 씨는 무전으로 다른 응시자들에게 답을 알려줬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 수사가 없었더라면 시험 감독관이 적발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수법이 치밀했다.
취업 준비 대학생과 승진을 앞둔 회사원 등이 응시한 이번 토익 시험(262회)은 지난해 12월 29일 부산 동래구 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응시자들은 정 씨에게 300만 원을 주고 토익 성적을 올리려 했으나 제출한 답안은 모두 무효 처리됐다.
이번 부정행위 수법은 다른 국가자격시험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에도 악용할 소지가 많아 제도적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토익위원회는 '부정행위 범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부정행위 제보를 받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수준에 그쳐 부정행위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기엔 한계가 있다.
조중혁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적발된 장치는 문제지와 답안지의 모습을 고화질 모니터로 수신할 수 있어 굳이 '선수'를 고사장에 보내지 않아도 외부에서 문제를 풀 수 있다. 다른 시험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 금속탐지기 설치 등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