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독물질 유출 2차 피해 우려
- 선사 "인접 항구 예인 급선무"

지난달 29일 새벽 부산 태종대 앞바다에서 충돌사고가 난 이후 일본 영해를 떠돌고 있는 화학물질 운반선 마리타임 메이지호(홍콩 국적·2만9211t)의 피난항을 구하지 못해 선사 측이 애태우고 있다. 이 때문에 마리타임 메이지호의 해양오염 발생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다.

마리타임 메이지호 선사 측은 "지난 16일 낮 12시40분께 진화 작업이 마무리됐고 일본과 한국 항만 당국에 피난항을 제공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러나 일본 해경은 지난 17일 선사 측의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고, 한국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일 양국이 피난항 제공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른 시일 내에 피난항 제공이 결정되지 않으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사 측은 "지금 당장은 유독 화학물질 유출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도 "해상 상황이 언제 변할지 모르는 만큼 피난항 결정 기간이 길어지면 2차 피해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마리타임 메이지호는 왼쪽으로 20도 정도 기운 상태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아크릴로나이트릴, 파라자일렌 등 적재된 2만9000t의 유독성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옮기는 것이 시급하다. 선사 측은 배에 자체 동력이 없으므로 유독물질을 다른 선박으로 옮기려면 인접 항구로 예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유독성 화학물질의 처리 절차가 복잡하고 워낙 위험한 작업이어서 피난항 제공 협의가 쉽사리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타임 메이지호는 17일 오전 10시 현재 일본 영해인 대마도 남서쪽 48㎞ 해상에서 표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