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30일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에 위안부 피해를 홍보하려고 했다가 행사가 잇따라 축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이날 프랑스 앙굴렘시에서 개막한 '2014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를 만화제에 초청해 프랑스인들에게 위안부 피해실상을 들려줄 예정이었다.

또 위안부 만화 전시회가 열리는 한국관인 앙굴렘 극장에서 위안부 애니메이션도 상영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만화제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초청받지 못했고 한국 측이 추진했던 앙굴렘 극장의 애니메이션 상영도 결국 좌절됐다.

결국, 위안부 기획전 주제인 '지지 않는 꽃'의 만화 작품들만이 주로 전시됐다.

이와 관련해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은 기획전을 준비하는 동안 일본과 만화제 주최 측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조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처음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초청하고 애니메이션도 상영하려고 했는데 만화만 남게 됐다"면서 "만화로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고 했는데 앙굴렘에서 만화 이외의 행사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산하려면 주최 측을 어렵게 하지 않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면서 일본 측과 주최 측의 요구로 행사를 축소했음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측이 만화 매니아의 최고 축제로 여겨지는 앙굴렘 만화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행사를 강행하려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앙굴렘 만화제의 최대 후원자로 알려진 일본의 영향력과 이 만화제가 정치 문제와 관계없는 만화 매니아들의 축제가 되길 원하는 만화제 주최 측의 희망을 고려하지 못하고 아마추어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지난 29일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앙굴렘 만화제 위안부 기획전 소개 내외신 기자 설명회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이 때문에 조 장관이 앙굴렘 주최 측의 압력을 받아서 설명회를 취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그 문제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오늘 기자 간담회행사와 중복되기 때문에 취소했다"면서 압력설을 부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