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6·부산대 4) 씨는 이번 학기도 전공 서적을 새로 살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르바이트해서 학비를 해결하는 김 씨가 이번 학기 전공서적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돈은 15만 원가량. 김 씨는 "이마저도 앞서 수업을 들은 친구들에게서 책을 물려받아 돈을 조금 아낀 것"이라며 "수업 첫날에는 책을 사지 못해 빈손으로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뿐만이 아니다. 매 학기 대학생들은 새 교재를 사는 데 20만 원가량 지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 중고서적 거래 사이트 등 전공서적을 싼값에 살 수 있는 수단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학생 중고서적 커뮤니티인 '북장터'도 그중 하나다. 2년 전 서울의 한 대학생이 만든 이 사이트는 처음엔 서울대 등 서울지역 5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전국을 통틀어 모두 150여 개의 대학이 등록돼 있다. 부산지역에도 부산대를 포함해 16개 대학이 사이트에 등록됐다. 2년 동안 대학생 26만 명이 사이트를 방문했고 5일 현재 전공 서적 1만 6000권이 올라 있다. 하루 평균 200여 권이 새로 등록된다.

이 사이트는 오로지 대학생을 위한 직거래 방식으로 운영된다. 책을 팔 학생은 자신의 학교 카테고리에 책을 등록하고 책을 살 학생은 게시된 글을 보고 연락을 해 직접 만나 책을 거래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일부 대학은 학교 공식 사이트에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항목을 따로 개설해 책을 사고팔 수 있게 했다. 돈을 주고 살 수도 있지만, 자신이 이미 사용한 책과 이번 학기에 필요한 책을 맞교환할 수도 있다. 부산대 등은 학기마다 학생회가 주관해 중고 책을 모아 운동장 등에서 책 벼룩시장도 운영한다. 5일 부경대에서 열린 책 중고장터에서는 전공과 교양서적 등 1000여 권의 책이 순식간에 동났다.

북장터를 운영하는 최병욱(27·연세대 4) 씨는 "직전 학기 수업을 들었던 학생의 책은 깨끗하지만 책장에 방치되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생의 지출을 줄여 준 점이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