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업무경력 3년 미만
- 적발돼도 구두 권고 그쳐
- 이사장 영장·직원 3명 입건
- 부산 전역 복지관 수사 확대
부산의 사회복지 법인 국고보조금 등 횡령사건(본지 지난달 11일 자 8면 등 보도)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관할 지자체의 복지관 관리·감독이 도마에 올랐다. 인력 부족과 전문성 결여를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또 이번을 계기로 복지관 예산 부족, 재정이 부실한 법인 정리 등 복지관 운영의 구조적인 문제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6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문제의 A 복지관 법인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 복지관 관장 등 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수사 대상도 부산 지역 복지관 전체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법인 이사장의 범행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관할 구청의 감사가 매년 두 차례 진행됐지만, 위법 사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구청은 지난해 하반기 감사 때 불과 반나절 만에 모든 일정을 마치는 등 부실 감사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 공무원의 전문성 결여도 문제다. 한 복지단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5만 원 이상 경비 지출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를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많은 금융거래 내역을 훑는 것만으로 위법 사실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담당 공무원의 상당수가 사회복지 업무 3년 미만이다 보니 감사의 전문성마저 떨어지고 있다. A 복지관 사례처럼 복지사업을 펼친 뒤 정부에 증빙서류를 첨부해 보조금을 받는 바우처 사업의 경우 서류 검토만으로 개별사업 실제 여부도 확인하기 어려워 보조금을 빼돌릴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구청의 미온적인 대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A 복지관은 지난해 하반기 구청 감사 때 직원들에게 후원금을 강요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이를 하지 말도록 구두 권고하는 선에서 조치를 마무리했다. 구 관계자는 "복지관의 개별 사정을 알 수 없어 불법 여부를 명확히 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부산사회복지연대 관계자는 "A 복지관을 포함해 법인의 비리 혐의가 의심되는 복지관이 4, 5곳 된다. 예전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돼 온 곳들이다. 감사 때 경력이 많은 복지 전문가를 투입하고, 비리 법인의 '삼진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사 때 비리 사실을 적발하기 어려운 것은 서류상 문제가 없도록 맞춘 데다 내부 직원의 입막음이 철저하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자 보호 시스템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라대 황성철(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매년 사회복지 법인들이 시로부터 4억 원의 예산을 받는데, 70~80%가 인건비로 나간다"며 "관리 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어 일부 사회복지 법인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사회복지관을 악용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황 교수는 "보건복지부 평가 때 하위 20% 성적을 받은 업체는 위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관리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