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기 롤 승부조작(사진=천민기 페이스북

인기 온라인게임의 전 프로게이머가 승부 조작에 연루됐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 형태의 글을 남기고 투신한 사건이 부산에서 발생했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 측이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온라인게임 승부 조작 사실이 드러난다면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e스포츠협회는 전담 대책반을 구성하고 진상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

13일 오전 5시 56분께 부산 북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 재활용품 수집창고 바닥에서 천모(22) 씨가 신음하고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 당시 재활용품 수집창고 지붕에 구멍이 나 있었다. 천씨는 온 몸에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아파트에 사는 천 씨가 12층 복도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천 씨는 누나와 이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유명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프로게이머였던 천 씨는 투신 전 자신의 SNS 계정과 게임사이트 등에 유서와 함께 승부조작폭로 글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글에서 천 씨는 자신이 소속됐던 게임팀이 처음부터 승부조작을 위해 기획되고 만들어졌으며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로 돈을 벌기 위해 가난한 집안 선수들만 영입했다고 적었다.

천 씨는 또 나중에 승부조작 사실을 알게 됐고 감독이 승부조작을 권유해오다 이를 거절하자 시즌 중간에 숙소를 없애고 팀을 해체했다고 덧붙였다.

천 씨는 이 글과 SNS에 남긴 유서에서 '5분 후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적어 자살을 암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승부조작 외에도 천 씨가 1년 전 신경쇠약 약을 복용하고 우울증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투신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KeSPA는 2010년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파문 이후 대책을 세웠지만, 이번에 다시 승부조작 정황이 일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KeSPA는 천 씨가 소속된 아마추어팀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 가담 여부와 선수를 상대로 사기, 공갈, 협박한 정황이 드러나면 정식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KeSPA 측은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으로 경찰청에 문의한 결과 선수가 금전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는 만큼 '감독에 의한 선수 약취 및 공갈 사기 사건'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선수 및 해당 팀 선수들을 소환해 조사한 뒤 승부조작 사실이 확인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벌어졌던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 이후 경찰청과 업무협조관 계를 맺어 승부조작 사건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3년 전 국내에 도입돼 저변이 넓은 롤 게임은 1년 전부터 프로팀이 생기고 아마추어와 프로가 격돌하는 오픈 리그 등이 활성화돼왔다.

현재 롤 리그에는 12개 프로팀 외에 스폰서가 있는 아마추어팀이 5개팀 정도 있으며 소속 선수들은 프로팀 가입을 목표로 게임에 매진해왔다.
디지털뉴스부